'112'는 무기력했다...절박한 신고에도 골든타임 놓친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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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는 무기력했다...절박한 신고에도 골든타임 놓친 경찰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2.11.0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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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4시간 전 "압사 당할 것" 신고에도 경찰은 늑장대응
참사 뒤 상황 접수받은 행안부..."국가안전망 총체적 붕괴"
윤희근 경찰청장이 이태원 참사 사흘째가 됐던 지난달 31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희근 경찰청장이 이태원 참사 사흘째가 됐던 지난달 31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이태원 참사 현장의 긴박함을 알리는 신고에도 경찰은 무기력했다. 참사 발생 4시간 전부터 참사 현장을 목격한 시민들의 112 신고가 11건이 접수됐음에도 경찰이 약 4건만 출동한 사실이 드러났다. 방역지침 해제에 따라 대규모 인파가 좁은 골목에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위험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됐음에도, 경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2일 경찰청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지난달 29일 오후 6시34분께 "사람이 내려 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당할 것 같다" "지금 너무 소름끼쳐요"라는 내용의 최초 위험방지 신고가 접수됐다. 그런데 경찰은 현장에 출동해 '강력한 해산 요구'를 한 뒤 종결 처리했다고 한다.

하지만 약 1시간 반 뒤인 오후 8시9분을 시작으로 8시33분, 8시53분, 9시, 9시2분, 9시7분, 9시10분, 9시51분, 10시, 10시11분까지 10건의 신고가 추가로 들어왔다.

그럼에도 전체 11건 중 경찰이 현장에 출동한 것은 불과 4건(6시34분, 8시9분, 9시, 9시2분)이었다. 현장에 나간 경찰은 일대 시민들을 일부 통제한 뒤 종결 조치하고 복귀했을 뿐이다.

특히 사고 발생 시간(오후 10시15분) 불과 한 시간 전인 오후 9시7분부터 9시10분, 9시51분, 10시, 10시11분 등 총 5건의 신고가 사실상 같은 장소에서 들어왔는데 경찰은 4건을 전화로만 상담하고 종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고자에게 근처 경찰관이 배치됐음을 알려주고 종결하거나, 구두로 상황을 설명한 뒤 종결했다는 뜻이다.

나머지 1건은 어떤 조치가 있었는지 불명확해 경찰이 확인 중이다.

당시 신고 통화 녹취록을 보면, 대다수 신고자들은 "압사당할 것 같아요" "안쪽에 애들 막 압사당하고 있어요"와 같은 긴박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경찰관 통화 중 신고자가 욕설을 내뱉는 대목도 있어 당시 현장이 아수라장이었음을 짐작케하는 대목도 있었다. 실제 사고 직전 마지막 신고인 10시11분 통화에서 신고자는 비명소리를 냈던 것으로도 전해졌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재난 안전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경찰 첫 신고 4시간여 만에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2일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 최초 상황이 접수된 시간은 지난달 29일 오후 10시48분이다.

앞서 지난달 29일 경찰에 최초 위험 상황이 신고된 것은 오후 6시34분으로 4시간이 지나 사고 발생 뒤 이를 접수받은 셈이다. 119에 최초 신고된 10시15분보다도 33분 늦다.

박종현 행정안전부 사회재난대응정책관은 이날 중대본 브리핑에서 "비상상황이 발생해서 신고가 되면 종합상황실로 접수가 된다"며 "행안부 상황실에서 접수를 하고 차관, 장관까지 보고할 사안인지는 상황실장이 판단해서 조치를 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초 경찰에 신고된 내용이 행안부로 바로 접수되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어 "소방에 최초 신고된 게 22시15분,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로 접수된 것은 22시48분"이라고 전했다.

그는 '사고가 다 벌어지고 난 뒤 보고 수준으로 접수가 된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이어진 '이런 경우 신고가 경찰, 소방과 유기적으로 접수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기존에 있던 신고 시스템 체계도 붕괴됐다고 지적한다. 112 신고는 우선 서울경찰청 112상황실에 접수된다. 서울경찰청 112상황실은 신고 위치를 확인한 후에 가까운 관할경찰서인 서울 용산경찰서에 하달한다. 이후 서울 용산경찰서는 가까운 관내 파출소·지구대 등에 출동 관련 지령을 내리게 된다.

우선 대규모 인파가 몰리면서 이태원 파출소에 치안 수요를 감당할 인력이 부족했던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당일 오전 9시부터 사고 시점까지 이태원 파출소에서 처리한 신고 건수는 122건이다.

결국 동일 장소에서 같은 내용의 신고가 반복될 때부터 서울경찰청 등 상급관서에서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한 뒤 인력 추가 투입 등 조치가 따랐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은 특별감찰팀을 구성해 당시 경찰이 왜 현장출동을 하지 않았는지, 현장출동으로 기록된 4건은 모두 실제 제대로 조치가 이뤄졌던 것인지에 대해 감찰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조치가 됐는지 감찰을 통해 확인 중"이라며 "실무자부터 지휘관까지 의사결정 및 실행 단계 관계자 전원이 대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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