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경색' 우려 큰데 금리는 올려야하고...'장고' 들어간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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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경색' 우려 큰데 금리는 올려야하고...'장고' 들어간 한은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2.11.0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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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격차·고물가·환율 등 2연속 빅스텝 당위성 커져
부채 리스크도 확대...금리향방에 이창용 '묵묵부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3일 열린 비상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3일 열린 비상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장기화 움직임이 공식화됐다. 연준은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가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이라는 큰 보폭을 다시 한번 내딛었다. 무려 4차례 연속이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기조도 변경이 불가피하게 됐다. 미 연준이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는 것은 확실해졌는데, 당장 이달 말 열리는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인상폭을 어느 수준으로 할지가 최대 고민거리다. 
석 달 만에 반등한 물가와 상승흐름을 이어가는 원·달러 환율을 고려하면 오는 24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밟는게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단기자금 시장 경색과 국내 금융 불안을 고려하면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이 적절하다는 의견도 맞서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은 총재는 3일 오전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Fed가 고강도 긴축 기조를 재확인한 것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달 23일 이후 약 열흘 만에 다시 만난 것이지만 이날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에 오전 코스피가 급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는 등 불안심리가 커진 만큼 회의는 예정보다 긴 1시간30분 정도 긴장된 분위기 속 진행됐다. 회의 직후 기재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미 Fed의 금리 인상이 향후 우리와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그 어느때 보다도 높은 경계감을 유지하며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을 뿐 이날 회의 후 추 부총리는 어떤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 이 총재 역시 ‘한은의 최종금리 수준이 3.5% 이상 오를 수 있느냐’는 등의 기자들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할 뿐 묵묵부답이었다. 평소 기자들의 질의에 세세하게 답변하던 이 총재의 이날 태도는 그만큼 한은이 딜레마에 빠졌음을 대변하는 대목이다. '빅스텝'의 당위성에도 한은이 이를 고민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급속도로 냉각된 채권 시장 때문이다.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으로 자금 흐름이 경색되는 ‘돈맥경화’가 나타나면서 정부가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50조원+α 규모’로 확대하고 한은이 적격담보증권 확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에 나서는 등 해법을 내놓았지만 상황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고 있다. 국내 채권시장에선 한은이 지난해 8월 이후 1년 이상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하면서 돈줄이 말랐다는 아우성이 쏟아지고 있다. 한은의 입장에서는 추가 빅스텝이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치솟는 물가와 부채도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아직까지 물가는 5%대의 상승세를 유지중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기간과 비교해 5.4% 상승했다. 가계·기업 부채도 빠르게 쌓이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세계 35개 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한국이 102.2%로 가장 높았다.  조사 대상국 가운데 유일하게 가계 부채가 경제규모(GDP)를 웃돌았다. 기업 부채도 빠르게 늘고 있다. GDP 대비 한국 비금융 기업의 부채비율은 2분기 현재 117.9%로 홍콩(279.8%), 싱가포르(161.9%), 중국(157.1%)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데 1분기 7위에서 불과 3개월 만에 순위가 세 단계나 뛰었다. 채권시장 자금경색으로 기업의 은행 대출이 더 늘어나면 기업 부채발 금융위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세계가 경기침체에 진입하면서 우리나라 성장속도도 둔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망설이게 만드는 지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0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67억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무역수지는 지난 4월부터 7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갔는데 무역적자가 7개월째 지속된 건 1997년 5월 이후 약 25년 만이다.  최근 공개된 10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내년 세계경제가 침체 국면에 진입하면서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도 그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라면서 "통화정책의 파급시차를 고려할 때 최근의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파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중후반 국내경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이날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인해 한미간 금리 차이는 1.0%포인트로 확대되면서 벌어지는 금리 격차를 줄여야하는 압박감도 상당하다.  이창용 총재는 그간 통화정책방향 결정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한미간 기준금리 차이가 우리나라 기준금리 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라고 선을 그어왔지만 아예 외면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한편 지난달 한은 금통위에선 두 명의 금통위원이 0.25%포인트 인상이라는 소수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물가안정도 시급하지만 경기침체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만큼 금리인상에 속도를 나서야 한다는 이유에서 였다. 이와 관련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달 24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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