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부동산 1호 공약은 250만가구 주택공급, 2호 공약은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3호 공약은 1기 신도시 재정비다.
문재인 정권의 민간 억제 공공주도 정책에서 민간 주도로 변환을 하면서, 공급을 유도하고 그간 과도했던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8‧16부동산대책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서 270가구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지금 약속된 공급물량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발표는 많았지만, 실질적으로 완화된 것은 없다. 6‧21 분양가 상한제 합리화 방안, 9‧29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개선안에 현장의 정비사업 조합들은 이대로는 어림도 없다는 분위기다. 현장에서는 정책 폐지 혹은 적극적인 개선을 원하는데, 두루뭉술한 이야기와 함께 현실적인 대안은 잘 보이지 않는다.
사실 정치논리상 정비사업 규제 완화는 실천하기 어려운 카드다. 적극적인 규제 완화 시 집값이 올라가는 것을 싫어하는 국민들의 비난과 함께 야당의 반대도 예상된다. 정작 규제 완화를 하면서 씨를 뿌려 정비사업들을 키우기 시작하면, 완공되어 수확하는 것은 다다음 정권이다. 당장 비판은 현 정권에서 받는데, 과실은 다음 정권에서 가져가다 보니 정치논리상 급박하고 현실적인 대책이 잘 안 나온다.
단적으로 8‧16부동산대책은 '대책을 위한 대책'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런저런 부분들을 다 언급하는데 정작 내용은 추후 준비하겠다는 말들만 있다. '특정 규제를 풀려고 준비 중인데 언제 완화할지는 기다리라'는 느낌이 강하다.
현실적으로 따져보면 정비사업 규제의 면면을 보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같이 법을 변경해야 하는 즉, 국회 통과사항인 것도 있지만 시행령 개정사항들도 많다. 실제 안전진단 가중치의 경우는 국토교통부 고시 사항으로 금방 변경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약에 있는 사항임에도 벌써 6개월 넘게 준비 중이다. 이쯤 되면 몰라서 안 푸는 건지 알면서도 지연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정부의 움직임과 다르게 시장은 정말 냉정하다. 어차피 규제를 완화해줘도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게 되면 사업성이 안 좋거나 입지가 안 좋은 정비사업지역은 멈추어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서울의 정비사업도 경쟁입찰이 성립되지 않아 유찰되 는 조합들이 등장하고 있는 반면, 최근 한남2구역의 경우는 어마어마한 파격 혜택을 제시하며 하이엔드 브랜드가 격돌하기도 하였다.
재개발·재건축 규제가 없다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고금리와 건자재 인상으로 사업이 멈출 곳은 멈출 것이다. 그런데 사업을 진행하는 것을 장려해서 지원해주지는 못할망정 막아야 할까? 시장이 과열되는 것을 막으려고 한 규제라면 시장이 안 좋으면 풀어줘야 하는 것이 순리이다. 시장이 냉각되면 사업을 하라고 해도 못할 수도 있는데 정부는 너무 겁을 먹고 규제를 풀어주지 않는 것 같다.
결국 앞으로 신축아파트가 공급되기 어려워지고 있다. 수도권의 3기 신도시와 다르게 서울의 주택공급은 정비사업밖에 답이 없다. 전 정권에서는 공공재개발, 공공재건축을 하려고 했지만 이도 주민들이 반대하면 강제할 수가 없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국토교통부는 정부가 시장을 주도하려는 생각이 많은 듯하다. 대통령 공약이 민간 주도 공급인 만큼 시장을 믿고 적극적인 규제 완화를 할 것은 하고, 지원할 것은 지원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