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尹, 이제라도 국민 뜻 수용하라"
[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사실상 일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방법은 침묵이다. 반면 즉각적인 해임을 요구하는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대응을 비난하며 탄핵소추안의 명분을 쌓아가는 모양새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인사혁신처를 거친 해임건의안이 이날 공식 통지되더라도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지 않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전날에도 정례브리핑을 생략, 별도의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지난 9월30일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문이 통지됐을 당시에도 김은혜 홍보수석을 통해 "윤 대통령은 해임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알리는데 그쳤다.
이 장관 역시 국회를 통과한 자신의 해임건의안을 두고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해임건의안이 통과됐는데 거취 표명 계획 있나"라는 질문을 받자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답했다. "대통령실에서 따로 연락을 받았나"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가 출범했는데 소통 계획이 있나"라는 질문에도 답을 하지 않은 채 집무실로 올라갔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을 향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정부가 참사에 대해) 오로지 형사 책임, 법적 책임만 따진다. 정치, 도덕적 책임은 어디 갔나"라며 "이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는 책임 회피에 급급한 정부에 첫 책임을 묻는 단추를 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윤 대통령은 국민과 국회의 뜻을 존중하길 당부드린다"고 했다. 또 "교수신문이 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를 과이불개로 선정했다고 한다. 잘못했는데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참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다. 깊이 새기길 정부·여당에 권고드린다"고 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민주당의 해임건의안 처리는 이 장관을 문책하려는 거대한 민심과 유가족들의 피맺힌 절규를 대신해 헌법이 정한 국회의 기본적 책무를 다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정면으로 맞서며 또다시 국민이 준 마지막 기회를 걷어찬다면 민심의 혹독한 심판이 기다릴 뿐"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