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인상폭 역대급… 전기 2.7배 가스 1.9배
산업계, 비용부담에 경영활동 위축 가속화 우려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전기·가스요금의 내년도 인상이 유력하면서 산업계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도 전기·가스요금 인상 폭이 올해보다 가파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기획재정부와 내년 1분기 전기요금 결정을 위한 '전기요금 연료비조정단가 산정내역'을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료의 대폭 인상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다. 한국전력의 적자 폭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서 재정건정성에 경고음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한전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22조원에 이른 상태다. 올해는 적자폭이 총 30조원을 넘어 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산업부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제출한 한전의 경영 정상화 방안 문건에 따르면 내년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kWh(킬로와트시)당 51.6원으로 산정됐다. 올해 전기료는 세 차례 걸쳐 kWh당 전력량요금 2.5원, 기준연료비 9.8원, 기후환경요금 2.0원, 연료비조정요금 5.0원씩 올라 총 19.3원 인상됐다. 내년에 인상 압력을 받는 전기료(kWh당 51.6원)가 올해 인상분(kWh당 19.3원)의 2.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가스요금 인상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올해 말 기준 8조80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스요금도 전기요금처럼 올해 인상액보다 최소 1.5배~1.9배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와 가스공사는 내년 가스요금을 MJ(메가줄)당 최소 8.4원(4분기에 걸쳐 2.1원씩 인상) 올리거나, 최대 10.4원(4분기에 걸쳐 2.6원씩 인상)하는 방안을 국회 산중위에 제출했다. 올해 가스요금은 주택용을 기준으로 네 차례에 걸쳐 모두 5.47원이 올랐다.
내년도 전기·가스요금의 대폭 인상이 유력하면서 산업계의 비용 부담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 철강, 디스플레이 등 업계가 전기·가스요금의 대폭 인상에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이 한전에서 받은 ‘전력 다소비 기업 상위 30개사 판매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용 전력을 가장 많이 사용한 기업은 1만8412GWh(기가와트시)를 쓴 삼성전자였다. 그 뒤로는 SK하이닉스(9209GWh), 현대제철(7038GWh), 삼성디스플레이(6781GWh) 등이다.
산업계는 전기·가스요금의 대폭 인상이 경영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고환율·고금리·고물가에 더해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은 기업들에 매우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특히 뿌리산업을 비롯한 중소기업의 부담을 고려하면 걱정스럽다”고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정부의 이번 전기요금 인상이 유례없는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과 한전의 천문학적 적자 해소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점은 인식한다”라며 “고물가·고환율·고금리로 이미 한계 상황에 놓인 우리 기업들의 경영활동 위축이 가속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