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보라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음에도 은행들은 여전히 단축된 영업시간을 이어가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은행권에 영업시간 정상화를 주문했다. 그는 “최근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정상화하는 가운데 은행 영업시간도 정상적으로 복원하는 것이 은행권에 대한 국민 정서와 기대에 부합할 것”이라며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는 국민 생활 불편 해소 측면뿐 아니라 서비스업으로서의 은행에 대한 인식 제고 및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은행권 영업시간 단축은 당초 수도권만 10일간 한시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거리두기 단계가 강화되면서 은행 노사 간 합의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전’까지로 연장하고 시행 지역도 전국으로 확대했다.
은행권은 지난 2021년 7월부터 영업시간을 기존 ‘오전 9시~오후 4시’에서 ‘오전 9시 30분~오후 3시 30분’으로 단축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부응한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음에도 은행권은 앞뒤로 30분씩 총 1시간 단축된 영업시간을 지속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노사 간 합의로 은행 영업시간을 단축한 것은 코로나19 확산 방지 측면에서 국민과 은행 이용자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으나, 최근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정상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 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있는 만큼 국민과 다 같이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며 “정부도 그간 경제활동을 왜곡시켰던 부동산 규제 등 각종 제도를 정상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 단축영업으로 특정 시간대에 고객들이 몰리면서 창구 대기시간이 늘어났다. 은행 점포 폐쇄와 맞물려 1시간 가량 대기해야 하는 곳도 있다. 지난달 금융소비자연맹은 “은행의 단축영업이 디지털금융에 취약한 금융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더욱 악화시키고 거래시간대를 밀집시켜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므로 단축영업시간을 복원해야 한다”며 영업시간 정상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노사간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 논의는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모양새다. 금융 노사는 지난 10월 영업시간 정상화를 위한 공동 태스크포스(TF)를 만들기로 했지만, 노조위원장 선거 일정으로 TF 구성이 연기됐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매년 4월에 열리는 산별교섭 안건으로 은행 영업시간 논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은행은 오는 30일부터 낮 1시간 동안 영업을 중단하는 ‘중식시간 동시사용’ 제도를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오는 30일에 군부대에 있는 6개 점포를 대상으로 점심시간에 문을 닫는다. 오는 3월 6일부터는 관공서와 대학 등에 위치한 3개 점포에도 도입한다. 운영기간은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진행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해당 점포들은 행원 2~3명인 출장소 형태가 대부분”이라며 “교대 근무 시 직원 1명만 남게 돼 보안과 경비상의 이유로 중식시간 동시사용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일반 직장인의 이용률이 낮은 공공기관, 군부대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고객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