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 양질 일자리 찾아 수도권으로 이주… 지방 소멸 가속화
지자체 클러스터 유명무실… 지방 인프라 확대해 유입 유도해야
[매일일보 이용 기자] 수도권으로 향하는 기업들의 쏠림현상이 지속하는 가운데, 비수도권에 위치한 기업들이 인력난·투자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벤처기업 모두 절반 이상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10년 간(2010~2020년) 수도권 소재 1000대 기업 수(매출액 기준)는 711개에서 752개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동남권 소재 기업의 경우 110개에서 84개로 24% 감소했다. 양질의 일자리가 수도권으로 쏠린 만큼, 구직자 또한 서울 인근으로 몰리는 형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동남권 지역에서 수도권으로의 청년인구 순이동 인구는 2015년(8400여명)에서 2020년(2만 7000여명)까지 5년 사이 3배 이상 늘었다.
지방 인재 유출로 고용난에 직면한 지방 소재 기업들은 결국 서울 이주를 택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벤처기업협회가 지난 1월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초기창업 벤처기업의 수도권 소재 비율은 70.7%로 업력 3년 이상의벤처기업(62.6%), 전국사업체(47.5%)에 비해 수도권 편중이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마저도 수도권의 높은 부동산가로 인해 거점 이전이 불가능한 기업의 경우, 고용난과 투자 한파의 늪에 빠져 경영난이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수도권으로 향하는 지방인구의 행렬이 멈추지 않고 있다며, 인재·기업의 수도권 편중 현상으로 지역이 붕괴되는 악순환이 연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수도권은 과밀현상으로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고, 비수도권은 일자리와 인력의 수급 불균형 심화 및 경제성장 정체 현상에 직면하면서 지방 소멸은 가속화되는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인구이 수도권에 편중된 주요 원인은 분단 이후 한국이 수도권과 대기업 중심의 개발 전략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부동산 투기, 교통·교육 인프라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있어 민간 노력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방 양극화가 심화됨에 따라 결국 수도권에 위치한 대기업 선호도는 높아지고, 중소기업 기피 현상은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중소기업은 그나마 있는 직원들도 대기업으로 갈까봐 우려하는 중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현지 산업계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특정 분야 ‘클러스터’ 유치를 강조하고 있다. 다만 지방 클러스터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클러스터란 기업과 함께 대학, 연구소 등 기초 연구시설과 벤처캐피털, 컨설팅 업체 등 금융 투자 기관 등이 함께 입주해야 시너지를 낼 수 있는데, 지방 클러스터는 대개 기업만 입주한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인천의 바이오 기업 S사 관계자는 “수도권은 굳이 클러스터가 아니더라도 산학연 연계가 수월한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지방 클러스터 입주보다 서울에 사무소를 하나 내는 것이 나은 셈”이라며 정책의 한계성을 꼬집었다.
지자체의 중구난방식 클러스터 유치보다는, 교육, 생활, 교통 인프라를 지방으로 점층 확대해 기업과 인재의 유입을 차근차근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윤찬 부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생활‧물류 인프라 개선은 물론, R&D 및 창업생태계도 구축해 기업과 인재가 함께 찾는 지역을 만들어야 지역경쟁력이 지속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