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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를 열심히 만들어 취업전선에 뛰어든 한 청년이 무심코 다운로드 받은 불법 소프트웨어에 랜섬웨어 바이러스가 발생해 그간 쌓아온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 문서작성이나 발표 등에 필요한 오피스 프로그램은 통상적으로 대학에서 교육적 목적에 한해서 무료로 제공한다. 하지만, 정작 본격적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시기인 졸업 후에는 지원받을 수 없어 눈앞이 막막해져 울며 겨자먹기식의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대학조차도 지원해주지 않는 한글과컴퓨터의 아래한글을 기본으로 사용하는 관공서나 공기업에 취업하고자 할 때 5만여원이 넘는 소프트웨어를 구매하자니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반면, 청년에게 불법 혹은 편법 소프트웨어의 길은 널리 퍼진 편이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크랙 버전(정품 소프트웨어의 불법도용방지장치를 해제한 것)이 버젓이 올라와 있다. 해외서 사라진 기업들의 정품인증 번호를 모아 오픈마켓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재판매도 행해진다. 하지만 제조사가 책임지지 않는 불법복제 소프트웨어 이용은 앞선 사례처럼 자칫 바이러스에 감염돼 공들여서 준비해온 자소서와 포트폴리오를 한순간에 잃어버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청년들의 이런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고 분담하고자 용인시가 지난 2021년부터 ‘청년 소프트웨어 지원사업’을 통해 지역 청년들의 취업과 자기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국내에서 사용 중인 오피스프로그램 소프트웨어에 한해 최대 5만 원까지 제공한다. 시청 방문없이 온라인으로 접수가능하며, 신청자가 조건에 부합하면 매년 신청할 수 있다.
이 사업이 청년정책의 이상적인 모델로 관심을 받는 것은 청년취업의 사각지대를 지원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사업은 지난 2020년 용인시 청년정책협의체 용인청년정책네트워크(이하 용청넷)의 우수정책제안으로 선정되어 최종 시행됐다는 점에서다. 용청넷은 용인시 청년기본조례 제15조에 규정된 청년참여기구로 지역 청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매달 분과회의와 매년 중간보고회, 성과발표회를 진행하고 8가지 청년정책을 제안했다.
하지만 사업이 선정됐다고 바로 진행 절차를 밟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의 사회보장제도 협의회의 심사·검토를 넘어야 했다. 이 사업이 사장되지 않고 예산안에 반영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용인시 청년담당 공직자들을 비롯한 지자체의 끝없는 노력 덕분이었다. 매일 같이 전화를 걸어 필요성을 강조하고, 세종시 청사에 방문하여 빠른 처리를 요청하는 등 수고스러운 과정 끝에 전국 최초 소프트웨어 지원사업, 용청넷 제1호 청년정책이 빛을 볼 수 있었다.
좋은 청년정책은 이미 사례집으로 만들어질 만큼 여러 기초·광역지방자치단체 곳곳에서 추진·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 최초로 도입된 ‘소프트웨어 지원사업’은 하나의 시사점을 제시한다. 청년과 지자체가 함께 협력하는 모델로 제안된 사업은 그 자체로 하나의 큰 성과이며,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사각지대를 발견하는 데 있어 당사자의 관점이 중요한 역할로 대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용인시를 시작으로 다른 지자체 혹은 중앙정부의 청년정책을 만들어가는 파트너로 다양한 청년정책협의체의 역할과 목소리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