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중국 대신 동남아로… 脫중국 ‘가속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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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중국 대신 동남아로… 脫중국 ‘가속페달’
  • 이용 기자
  • 승인 2023.02.09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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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업 15개사 '脫중국'… 인건비 상승, 반한 정서가 원인
韓기업 옥죄는 국내 규제… 베트남, 인도로 이탈 '시간문제'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겪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중국 정부의 이해하기 어려운 규제·단속과 신뢰하기 어려운 현지 근무자들의 태도다. 사진=픽사베이

[매일일보 이용 기자] 탈(脫)중국을 서두르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계에 중국 의존도를 줄이자는 기조가 확산되자 국내로 복귀하는 유턴기업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기업은 새로운 설비투자와 사업전략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진출로 모색하고 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의 최근 발표에 의하면 2022년 국내복귀를 확인받은 기업은 24개사로, 전년 대비 2개 늘었다. 그중 중국에서 복귀한 기업은 15개사로, 전체의 약 60%를 차지했다.

대기업들은 높은 생산비용, 강한 정부 규제에 이어 최근 불거진 미중 갈등으로 중국 의존 사업을 줄이는 형편이다. 롯데, 이마트 등 유통업계는 중국의 반한 정서와 지난해 코로나19 중국 봉쇄로 인한 사업 실패로 대부분의 중국 사업을 철수한 상태다. LG전자도 2020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부품을 생산하는 중국 쿤산공장을 정리했다.

산업부의 국내복귀기업 대상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해외 투자환경 악화, 국내 내수시장 확대 등이 국내복귀의 주요 요인으로 나타났다. 본래 중국은 수많은 인구로 인건비가 저렴하고 시장 잠재력이 풍부하다는 잠재력을 갖고 있었다. 현재는 중국의 인건비도 상승했고, 사드 배치로 촉발된 중국인들의 반한 정서 또한 현지 내 사업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1년 도시 영리기관·기업 취업자의 임금은 연평균 6만 2884위안(1168만원)이다. 2015년에는 3만 9589위안으로, 10년도 안 되는 사이 2배가량 상승했다.

인건비도 문제지만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겪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중국 정부의 과도한 규제·단속과 신뢰하기 어려운 현지 근무자들의 태도가 꼽힌다. 중국에서 악기 공장을 운영하다가 폐업한 L씨는 “한-중 갈등이 생길 때마다 현지 공무원들의 이유없는 불심 단속이 심해진다. 한인 공장에서 사소한 꼬투리를 잡아 과징금을 먹이고, 대놓고 뇌물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에서 들여오는 자재와 원료의 품질 검수는 필수라 업무 부담이 가중된다. 가령 알루미늄을 주문하면 무게를 맞추기 위해 돌을 섞어서 보내주기도 하는데, 이를 따지면 모르쇠로 일관한다. 급여가 많이 들더라도, 믿을 수 있는 한국 공장에서 한국인 직원과 일하는 게 훨씬 속 편하다”고 토로했다.

한국에 다시 복귀한 유턴기업이 늘고 있지만, 경영난을 가중시키는 규제 허들에 또 다른 나라를 찾는 기업도 대다수다. 중대재해처벌법, 52시간 근무제, 외국인쿼터제,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등이 대표적이다. 실상은 기업들이 새로운 생산기지로 인도·베트남·인도네시아 등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과거의 중국과 마찬가지로 저렴한 인건비와 수많은 인구로 잠재력이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와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중국 현지 신설 한국 법인 수는 156개로 베트남(233개)에 처음으로 역전됐다. LG전자는 쿤산공장 정리 후, 베트남 법인으로 일원화한 상태다. 중국에서 국민 과자 대접을 받았던 오리온도 ‘베트남 특수’에 힘입어 국내가 아닌 현지에만 세번째 공장을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미국·유럽 등이 외국 기업의 현지화를 유도하면서, 반도체와 제약 등 연구개발 중심의 기업들도 국내를 떠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에 얼마 안되는 연구개발 인재까지 국외로 유출될 수 있는 상황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는 핵심업종의 해외사업장 축소의무 면제, 공장 신·증축 없는 기존 국내공장 유휴공간 내 설비투자 국내복귀 인정 등 현장 의견을 반영한 제도 개선에 나갈 방침이다.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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