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미분양 문제의 근본 원인은 고가 분양가 때문이라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건설업계가 정부에 미분양 해결을 요청하고 있지만 정작 분양가는 집값에 비해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미분양 물량은 6만8107가구로, 정부가 ‘위험수위’로 지목한 6만2000가구를 초과한 수치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는 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등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위기를 해소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업계의 요청에 국토교통부는 아직 정부가 나서서 직접적인 미분양 대책을 집행할 단계는 아니고, 건설사들의 자구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답한 바 있다.
건설업계는 고분양가에 대해서는 별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고분양가가 미분양의 주된 원인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청약을 준비 중인 한 서울 시민은 “폭락한 아파트 가격을 감안해서 분양가를 책정해야 하는데 (신규 분양 단지들이) 그렇지 않아 외면받는 것”이라며 “미분양의 핵심 원인은 결국 가격”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분양 단지들이 주변 시세보다 1~2억원 높게 분양가를 책정하면서 미분양이 발생했다는 반응이다.
일부 단지는 분양가상한제를 피해 분양가를 높이기 위해 후분양으로 돌렸지만 인근 아파트 시세가 급격히 낮아지고 잔금을 빠른 시일 내에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지면서 수요자들의 외면을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가격이 낮게 책정된 일부 무순위 청약(줍줍)의 경우 부동산 불황 속에서도 높은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8일 성남시 중원구 중앙동 ‘신흥역 하늘채 랜더스원’ 6가구를 모집하는 무순위 청약에 6593명이 지원하면서 평균 경쟁률이 1098.83대 1에 달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소비자들이 가격을 판단하는 지식을 갖추면서 적정 분양가를 가려내는 ‘옥석가리기’가 활발해졌고, 고분양가 청약은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된 셈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지역 시세 대비 과도하게 높은 분양가를 책정한 단지라면 소비자가 합리적 판단에 따라 외면하는 것이 정상적인 소비 행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