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다음달 취약차주 지원 프로그램 출시
[매일일보 이보라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에 국민과 상생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취약차주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달라고 당부했다.
23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에서 열린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금융소비자 및 전문가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어려운 시기일수록 은행을 비롯한 경제 주체들이 고통을 분담하고 상생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은행권이 사상 최대 이익에도 국민과 상생하려는 노력이 크게 부족하다는 부정적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복현 원장은 이날 하나은행의 차주 우대 대출상품 시판을 격려하고 중소기업 대표와 소상공인 차주들의 애로사항을 들었다.
이복현 원장은 대형은행 중심의 과점적 지위에서 비롯되는 경쟁제한 등 구조적인 문제와 함께 손쉬운 이자 이익에 집중하고 이익을 과도한 성과급 등으로 분배하는 모습이 국민에게 실망과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준 점에서 이러한 부정적 여론이 비롯됐다고 전했다.
성영수 하나은행 부행장은 다음달 출시할 취약차주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하나은행에서 다음달 서민금융상품 차주를 위한 이자 캐시백 프로그램을 출시한다. ‘햇살론 15’ 고객에 대출 잔액의 1%를 캐시백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으로 고정금리 대출을 확대하기 위해 ‘안심 고정금리 특판대출’도 신규 출시한다. 신규 취급 시 변동금리 수준까지 이자를 감면해주고, 6개월 단위로 변동금리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이 있는 고정금리 대출 상품이다. 또한 연체 중인 중소기업에도 한시적으로 대출금리를 인하할 예정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개인 차주 대표들은 신용등급 하향 한시적 유예, 대출금리 인상 유예, 신·기보 신용보증비율 100% 전액 보증, 지자체 이차보전 지원사업 확대 등을 요청했다. 석용찬 한국경영혁신 중소기업협회 회장은 “중소기업들은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을 기다리며 재도약을 위한 시설 투자를 하던 상황이었는데, 고금리는 새로운 투자 의욕을 꺾는 심각한 문제가 됐다”며 “흑자기업까지 도산할 수 있는 현재 상황에서 정책보증기관과 은행권이 협업해 신용 보증비율을 전액 보증까지 확대해 저리보증부 대출상품 공급 규모를 확대해달라”고 제안했다.
김종철 소상공인연합회 이사는 “소상공인들은 고환율·고물가 등 힘든 시기를 맞았는데 은행 문턱이 지나치게 높다”며 “은행이 소상공인을 위한 상품을 개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중소기업에는 신용등급이 조금 낮더라도 설비투자나 연구개발(R&D) 자금에 대한 금리를 우대하고 있고, 설비투자에 대해서는 금리를 한 1% 정도 감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행장은 “신용등급과 관련해서는 가장 유리하게 심사하도록 리스크 부서에 당부하고 있다”며 “여러 의견을 최대한 수용해 정책에 반영·집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은행들이 지난해 거둔 수조원에 달하는 초과 발생 이익 중 몇백, 몇십억 수준의 수수료 감면·이자 감면만이 소비자들에게 귀결됐다”며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제도 자체가 문제라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