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외환보유액이 넉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252억9000만를 기록했다. 1월 말(4299억7000만달러) 대비 46억8000만달러 감소한 수준이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0월 한 달 새 196억6000만달러 줄며 금융위기를 떠올리게 했다. 감소폭이 2008년 외환위기부터 14년 만에 가장 컸기 때문이다. 이후 작년 11월부터 넉달 동안 증가하다, 올해 2월 다시 감소했다.
외환보유액의 감소세는 최근 미국 달러 강세 등의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달러화 지수는 1월 말 102.28에서 2월 말 104.67로 약 2.3% 상승했다. 지난달부터 이날까지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달러화 강세로 미국 달러로 환산한 외화자산이 줄면서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셈이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보유액과 관련해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국 달러 환산액, 금융기관 외화예수금 등이 감소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산별 외환보유액을 살펴보면 2월 국채·회사채 등 유가증권은 한 달 전보다 30억7000만달러 증가한 3744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예치금은 74억2000만달러 줄어든 267억5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특별인출권(SDR)은 2억5000만달러 감소한 148억달러, IMF(국제통화기금)에 대한 교환성 통화 인출 권리인 IMF 포지션은 9000만달러 줄어든 44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금은(매입 당시 가격) 전월과 같은 47억9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1월 말 기준 4300억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이다. 외환보유액 규모는 중국이 3조1845억달러로 가장 많고, 이어 일본(1조2502억달러), 스위스(9301억달러), 러시아(5970억달러), 인도(5744억달러), 대만(5571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4572억달러), 홍콩(4365억달러) 등 순이다.
외환보유고가 지속적으로 쪼그라들었던 지난해에는 외화보유액 적정 수준 논란이 일었다. 외환보유액은 한은과 정부가 갖고 있는 공적 외화자산으로 과거에는 시장안정을 측정하는 단적인 지표로 쓰였다. 한은 측은 “최근에는 민간 보유 외화자산 등 국내 전체 순대외 금융자산이 늘어 염려할 수준은 아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