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판단 근거로 한 장관 탄핵 주장하면서 민 의원 복당…앞뒤 안 맞아"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입법 유효 결정 이후 민형배 무소속 의원의 복당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당내에서는 법안 처리를 위해 희생한 민 의원을 복당시켜야 한다는 입장과 사과가 먼저라는 주장이 갈리며 갈등이 점화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헌법재판소(헌재)가 사실상 민 의원에 대해 '위장 탈당'을 지적한 만큼 복당은 시기 상조란 의견이다. 또 한동훈 법무부장관 탄핵과 관련한 명분을 쌓기 위해서라도 당장 복당시키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헌재는 검수완박 법의 입법이 유효하다고 결정했다. 다만 헌재는 민 의원 탈당과 관련해 "소수당 몫 안조위원으로 선임, 민주당 소속 위원들과 함께 의결정족수를 충족시킬 의도로 당과 협의해 탈당하였다"고 적시했다. 특히 이번 헌재 결정에 캐스팅보트였던 이미선 헌법재판관은 "법사위원장은 민 위원의 탈당 경위를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그를 비교섭단체 몫의 위원으로 선임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절차적 하자를 지적했다.
헌재 판결이 나오자 정태호·박주민·황운하·안민석·박범계 의원 등은 일제히 민 의원에 대한 복당 의견을 밝혔다. 사실상 헌재가 민주당 손을 들어준 점을 들어 민 의원 복당에 긍정적인 의견을 내비친 것이다. 정태호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정치인으로서 상당히 부담되는 일이었지만, 본인의 결단으로 탈당하게 된 걸로 저는 이해해 왔다"며 "헌재에서 절차적 유연성의 여지가 있었다고 봤기 때문에 본인이 그런 부분들을 고려해서 판단하시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반면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민 의원의 복당 논의에 앞서 민주당의 사과와 자성이 먼저라며 반발했다. 위장 탈당을 통한 법사위 심사 과정이 위법했다고 인정한 헌재 판단을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용진 의원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 내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숙의할 수 있도록 한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시켰던 일, 이로 인한 국회 심의 표결권 침해에 대해 국민들께 깨끗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민 의원 복당에 대한 민주당 내부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당장 실현시키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민주당이 한 장관을 향한 공세를 펼치는 상황에서 명분을 위해서라도 복당은 나중 문제라는 의견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당장 복당시키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현재에서 '위장 탈당'이라고 인정한 것을 그대로 밀어붙인다? 그건 좀 곤란한 거다"라며 "(민주당이) 한 장관의 탄핵 얘기를 꺼내고, 사퇴 주장하고 있는데, 그것도 헌재 판단을 근거로 얘기를 하는 것 아닌가. 논리적으로 앞뒤가 안 맞는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헌재 결정을 수용하고, 민 의원 건도 사과하고. 그러고 나서 한 장관에 대한 공세를 펼친다면 훨씬 명분도 살고 떳떳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