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내년 총선 1년 앞두고 국회서 기자회견
동료 소방관 잇단 순직에…"자신의 한계 느껴"
동료 소방관 잇단 순직에…"자신의 한계 느껴"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소방관 출신인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제 국민을 위해 헌신하던 저의 사명, 제가 있던 곳이자 있어야 할 곳, 국민의 곁을 지키는 소방관으로 저는 돌아가고자 한다"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오 의원은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러 책임감으로 한 번 더 도전을 고심했지만, 단 한 순간도 돌아간다는 마음은 변한 적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오히려 현장으로 돌아가는 날을 꿈꾸며 그 꿈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었던 무게에 벅찬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오 의원은 "10년에 가까운 현장 소방관으로서의 경험에 비추어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정치에 투신했고 많은 의정부 시민의 성원과 선택으로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며 "현장에서 느껴왔던 재난 안전 환경의 한계와 그 변화를 위해, 직접 법과 제도를 바꿔나갈 수 있었던 제 삶의 가장 큰 영광된 시간"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오 의원의 불출마 결심 배경에는 재난 현장에서 국민을 구하다 희생된 동료 소방관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이 당선된 후 가연성 건축자재 사용을 금지하는 건축법 개정안을 처음 발의했지만, 법이 시행되기 전에 소방관들이 화재 현장에서 순직했던 사실을 언급했다. 오 의원은 "반복되는 대형 화재의 주된 원인인 가연성 건축 자재를 사용치 못하게 하는 건축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됐을 때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느꼈지만, 법 시행 전에 지어진 냉동창고 화재로 3명의 소방관이 (지난해 1월) 순직했다"며 "이미 늦어버린 현실에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또 "지난 3월9일 '주택 안에 사람이 있다'는 말에 뛰어들었다 순직한 만 29살 젊은 소방관의 유골을 현충원에 묻고 저는 더 이상 버텨낼 여력 없는 저 자신의 한계를 느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저는 뼛속 깊이 소방관의 피가 흐르고 있다. 지난 의정활동의 시간, 159명의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비롯해 수많은 화재, 붕괴, 태풍, 수해, 각종 재난 현장에서 유명을 달리하신 희생자들의 얼굴이 가슴에 맺혀있다"며 "소방관으로 근무하던 날엔 동료들의 가슴 아픈 희생 소식 뒤에도 같은 사명을 현장에서 이어가는 것으로 깊은 비통함을 이겨낼 수 있었다. 재난사고 현장에서 국민의 주검을 수없이 마주하면서도, 소방관의 임무에 더욱 최선을 다함으로써 그 아픔을 버텨낼 수 있었다"고 했다.오 의원은 "오늘날 저는 소방 동료들의 희생과 그들이 지켜내기 위해 노력해 온 이 사회의 수많은 재난사고 인명피해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자리에 있다"며 "그렇기에 저는 이제 저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내려놓을 용기를 낸다. 재난으로 인한 비극을 더욱 줄이기 위해서라도 정치에서 제가 계속 역할을 해야 한다는 오만함도 함께 내려놓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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