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기업 초청 국회의원 간담회, 객관적 가치 평가기관 마련 등 요구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지난 5년간 부정경쟁행위로 기업이 입은 피해는 39만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무려 44조원에 육박한 수준이다. 부정경쟁행위를 경험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경우는 전체 응답의 47.7%. 대한민국 중소기업 아이디어 탈취 피해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재단법인 경청과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은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피해기업과 국회, 정책당국자를 모아 실질적 피해구제를 위한 의견수렴의 장을 마련했다. 이날 진행된 ‘중소기업 아이디어 및 기술탈취 구제를 위한 피해기업 초청간담회’는 김한정·김경만·박성준·김용민·김종민 국회의원과 재단법인 경청이 공동주최했다.
김경만 국회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국내는 아이디어 부분의 제도가 미비하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많이 있어왔던 것이 사실이고, 대기업이나 중견기업과 아이디어 개발기업 간 윈윈하는 모습을 벤치마킹하고 제도적인 부분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정 국회의원은 “기술탈취 아이디어 도용 문제는 산업 경쟁력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소”라며 “오늘 피해기업 여러분께서 실제 사례와 처해있는 현실을 보다 구체적이고 긴밀하게 언급하는 의미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피해기업들은 △부정경쟁방지법상 아이디어 침해 형사처벌 규정 신설 △행정조사 범위 확대 및 실효성 강화 △행정조사 및 수사기관 등의 범부처 협의체 구성 등 △아이디어 등에 대한 객관적 가치 평가기관 마련 필요 등을 요구했다.
특히 성과물 침해의 경우에도 행정조사의 대상이 되도록 현행법 규정을 개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아이디어 침해·데이터 부정사용 등 부정경쟁행위의 위법성이 인정되는 경우 시정권고 이외에 시정명령까지 가능한 구조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박희경 변호사가 ‘아이디어·성과물 침해 관련 현행법상 입법과제’를 주제로 발표를 시작했다. 박 변호사는 기술에 대한 정당한 가치 평가 확립이 필요하다며 “벤처기업이나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기업은 매출액을 기준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또 “손해배상 추정 내용이 합리적으로 이뤄지더라도 징벌적 손해배상이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법상 기술자료 또는 영업비밀 개념의 재정리가 필요하다며 “실무는 기술자료와 영업비밀을 동일하게 보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민사와 형사가 다르듯이 요건에 차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기술자료 개념이 고도의 기술이나 복잡한 기술은 실무자가 판단하기에 부담이 크다. 반드시 여러 협의체에 의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 측의 입장 및 개선방안 발표가 이어졌다. 정재훈 중소벤처기업부 기술보호과장은 “중기부는 조정절차와 중재제도를 운영 중인데, 먼저 조정절차의 경우 쌍방기업이 참석하지 않아도 가능하며 조정절차에 들어가면 개발비용이 지원된다”며 “기술탈취 침해에 대해 범정부적으로 협조할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재석 특허청 산업재사보호정책과장은 “특허청에서 행정조사를 담당하는 인력이 부족하고, 타인의 성과도용 행위 여부의 판단이 실무상 어려우며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에 대해선 향후 관련 연구용역 등을 진행하고 의원실과 협의해 개선방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