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비 증가‧원유생산량 감소에…원유 가격 인상 기정사실화
우유 물가 9년만 최대…진흥회, L당 69∼104원 범위 논의중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올해 하반기 원유가격 협상안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는 지난 9일 소위원회서 올해 원유 가격 협상에 돌입했다. 소위원회가 가격을 정하면 낙농진흥회 이사회 의결을 거쳐 오는 8월1일부터 인상분이 반영될 예정이다. 지난해 말 원유 가격 상향 조정 및 관련 제도 개편으로 낙농가, 유업체 간 신경전이 채 가시기 전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낙농가의 생산비 증가, 축종별 마리당 소득 감소 만큼의 원유 가격 인상은 기정사실화됐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축산물 생산비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지난해 젖소 마리당 순수익은 152만9000원으로 전년대비 37.2% 감소했다. 원유생산량도 197만5414t으로 2.9% 줄었다. 특히 젖소는 생산비 중 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7.9%로 높다. 지난해 젖소 1마리당 평균 사료비는 (농후사료, 조사료, TMR사료) 5285원으로, 전년 비 15.5% 비싸졌다.
같은 기간 젖소농가의 생산관리비(57%), 수도광열비(30.7%), 기타재료비(17.4%), 분뇨처리비(38.8%), 자가노동비(4%), 자본용역비(11.8%) 등도 모두 부담이 확대됐다. 산유량 감소 및 부산물(송아지) 산지가격이 하락한 점도 사육비 증가에 기인했다.
원유값이 오르면, 유가공제품은 물론, 우유를 재료로 하는 빵, 아이스크림, 커피 등 식음료 제품들의 가격이 연달아 치솟는 ‘밀크플레이션(밀크+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카페업계는 원두 다음으로 우유를 많이 소비하는 특성상, 이번 우윳값 인상의 직격타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우유 물가는 이미 9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나타내고 있다. 통계청이 제시한 5월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 중 우유 물가는 116.59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1% 뛰었다. 2014년 8월(11.4%) 이후 최대치다.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3%)과 비교하더라도 우유 평균 대비 상승폭은 약 2.7배 큰 수준이다. 치즈(10.5%), 발효유(13.1%), 베이커리류(11.5%)도 덩달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4일 우유 원유 기본가격은 1L당 999원으로 올랐다. 기본 가격은 L당 49원 올리고, 지난해 원유가 인상이 늦게 결정된 점을 고려해 L당 3원 추가로 지급하기로 해 실질적으로 1L당 52원 올랐다. 해당 인상 폭은 지난 2013년 원유가격연동제 도입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일각에선 지난해 큰 폭의 인상이 이뤄졌고, 고물가 장기화 속 각종 우유 사용 업계의 N차 파장과 소비자들의 여론 등을 의식해 인상폭을 좁힐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낙농진흥회는 올해 원유 가격 인상을 두고 L당 69∼104원 범위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현재 농식품부는 낙농가의 생산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유업체의 원유 구매 시 유지방 함량 최고기준을 4.1%에서 3.8%로 조정해 농가 사료비 부담을 완화하는 한편, 낙농가의 육성우 관리 소요비용을 저감하기 위해 육성우 목장의 건립을 지원하는 등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사료업계 수요를 감안해 사료 원료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 확대를 추진하는 등 축산농가 경영 부담완화를 위해 총력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아직 2개월 남짓 협상 시간이 남은 상황에서 인상 여부를 결정짓기는 이르지만 원유 가격이 상승한다면 우유 출고가격 상향 조정은 불가피하다”며 “소비자 편의를 최우선으로, 하반기 최종 협상안에 주목하고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