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돈 봉투 의혹'·'코인 논란' 등으로 도덕성 치명타
'양당 모두 싫다' 중도·무당층 30%…'제 3지대론' 부상
매일일보 = 조현정 기자 | 내년 4월 총선 승부가 중도층 민심 향배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여야의 '중도 외연 확장'은 필수지만 중도층의 거대 양당에 대한 비토 정서는 어느 때보다 높다. 집권 2년 차에도 보수 지지층만을 겨냥한 국정 운영에 스스로 갇힌 국민의힘과 당 대표 '사법 리스크'에 더해 '돈 봉투 의혹'과 '코인 논란' 등으로 도덕성을 상실한 더불어민주당 모두에 마음을 주지 않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도 싫고, 민주당도 싫은 '제 3지대론'에 힘을 받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양당 모두를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 비중은 30% 전후로, 이는 거대 양당 지지율과 엇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부 조사에서는 제 1당이 '무당'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윤석열 정부의 잇따른 실정으로 등 돌리고, 160석을 틀어쥔 야당 지지를 거부한 중도·무당층이 많다는 의미다.
중도층이 등을 돌린 데는 거대 양당의 '진영 정치'가 크게 작용했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내부 결집에만 몰두하며 외연 확장을 스스로 거부한 것이다. 국민의힘이 집권 후 실행한 첫 작업이 이른바 '이준석 대표 축출'이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전면에 나서 중도층과 2030 세대 표심을 끌어온 이 전 대표를 끌어내렸다.
여기에 지난 전당대회에서 안철수 의원을 사실상 '배제'하면서 당 내에서 중도를 상징할 만한 인물들은 모두 밀려났다. 결과적으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형성된 중도·보수 연합 성격의 지지층이 붕괴해 중도는 떠나고 보수만 남았다. 보수 일색 지지층 형성은 내년 공천을 염두에 둔 당 지도부의 연이은 '설화'로 나타났고, 당 지지율은 곤두박질을 쳤다.
민주당에선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수십억원 코인 보유 논란' 등이 민심 이반을 불러왔다. 부정과 비리로 얼룩졌다는 이미지는 중도층, 특히 수도권 민심 이탈을 가속시켰다. 더 큰 문제는 사태 수습을 위한 혁신 과정에서 불거진 계파 간 충돌, 강성 지지층인 소위 '개딸(개혁의 딸)'의 민심과 괴리된 모습이다. 강성 지지층에 가까워질수록 중도층과는 멀어진다는 우려가 당 내에서 나올 수 밖에 없다.
김종민 의원이 "팬덤 지지층을 강화하는 것이 혁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강성 지지층 지지는 더 강화될 수 있지만 중도층과 일반 여론, 더 넓은 국민 지지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토로한 이유가 바로 이 지점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재명의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 민주당'으로 가야 한다. 혁신 논의의 핵심"이라는 김 의원의 말이 중도층 민심을 얻기 위한 반성이자 열쇠인 셈이다.
실제 '팬덤'과 '중도층' 사이 괴리감은 양당 대표에 대한 지지율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15일 한국갤럽이 양당 대표 직무 수행에 대한 조사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지층의 53%,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지층의 61%가 '잘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중도층의 김 대표에 대한 긍정 평가는 28%, 이 대표에 대한 긍정 평가는 30%로 반토막이 났다(6월 13~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응답률 9.2%, 표본오차 95%±3.1%p,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양당이 내부 진영 정치에 몰두하며 민심과 멀어지는 사이 중도·무당층은 30%라는 공간을 열었고 금태섭, 양향자 등 전·현직 의원들의 '제 3지대론'이 이를 파고들었다. 이들은 정쟁보다 민생을 위한 정책 경쟁을 강조하며 중도층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금 전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에서 "유권자들은 민생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기존 정치권의 싸움에 관심을 잃은 지 오래"라며 "새로운 세력, 신당이 출현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거의 모든 사람이 동의하고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