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냉전적 사고 헤어나지 못한 사람들 많아"…이례적 비판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 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다"고 발언한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부처의 기반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여기에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이례적으로 "아직도 냉전적 사고에서 헤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고 우회적으로 윤 대통령 발언을 지적하면서, 통일부 역할을 두고 자칫 전·현직 대통령 간 충돌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한민국은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다. 이것이 통일부가 필요한 이유"라며 윤 대통령을 겨냥했다.
박 원내대표는 "남북 관계와 관련해서 국정원은 국정원의 역할을, 국방부는 국방부의 역할을, 통일부는 통일부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그것이 우리 헌법에 명시된 평화 통일의 정신과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이 대화를 본격화했고, 일본도 미묘한 변화의 흐름을 내비치고 있다. 한반도 정세는 변할 것"이라며 "한반도 문제를 주도해야 할 당사자는 우리다. 통일부는 북한 지원부가 아니라 통일 지원부이고, 통일 준비부다. 이 점을 명심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 등에게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 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 이제 통일부가 달라질 때가 됐다"며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통일은 남북한의 모든 주민들이 더 잘 사는 통일,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통일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는 장관 교체를 기점으로 그간 남북 대화와 교류를 핵심 사무로 해온 통일부의 역할이 북한 인권 중시 기조로 바뀔 것을 예고한 것이어서, 향후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여야 간 공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 현행 정부조직법 제33조에 따르면 통일부 장관은 통일 및 남북 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석하기에 따라 윤 대통령의 발언은 법 위반 소지도 있는 셈이다.
박성준 대변인도 논평에서 "통일부가 무엇을 그리 잘못했다고 눈엣가시처럼 여기며 뿌리까지 뒤집으려 하는가"라며 "언론 보도처럼 탈북어민 강제 북송사건 때 통일부 노조가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라면 어이없다. 통일부를 바라보는 공직사회는 공포로 물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대통령 눈 밖에 나면 부처의 기반을 아예 뿌리째 흔드는가"라며 "극우적 공포 정치는 국민의 심판을 반드시 받게 돼 있다"고 경고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윤 대통령의 통일부 역할 변화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종건 전 외교부 1차관이 최근 펴낸 책 '평화의 힘'을 소개하며 "대화를 통한 남북 간의 적대 해소 노력과 지정학적 환경을 유리하게 이끄는 외교 노력 없이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평화를 얻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냉전적 사고에서 헤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며 역대 정부가 평화를 위한 정책에서 일관성을 가지고 이어달리기를 했다면 남북 관계와 안보 상황, 그리고 경제까지도 얼마나 달라졌을까 생각해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