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손보사 중심으로 ‘CSM·보험이익’ 타격” 전망
매일일보 = 홍석경 기자 | 최근 금융당국이 새 회계기준 ‘IFRS17’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가운데, 보험사 실적이 많게는 수천억 원 이상 감소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앞서 보험사들은 IFRS17 적용 첫해인 올해 1분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면서 ‘실적 부풀리기’ 의혹을 받았다. 금융감독원은 회계의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해 보험사들이 자의적으로 해석해왔던 IFRS17에 대해 변경된 회계기준을 당해 연도에 반영하는 ‘전진법’을 제안했다. 다만 이럴 경우, IFRS17 계리적 가정 변경에 따른 손실 반영액이 너무 커져 실적 감소가 불가피해진다는 설명이다.
3일 보험업계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28일 IFRS17과 관련된 제도 개선을 위해 보험사의 선임 계리사 및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들과 간담회를 통해 금감원의 IFRS17 가이드라인 적용에 대해 논의했다. 금감원은 IFRS17 적용에 있어 전진법이 원칙이라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전진법은 회계상 변경 효과를 당해년도 및 그 이후 기간의 손익으로 전액 인식하며, 소급법은 회계상 변경 효과를 과거 재무제표에 반영해 당기에 미치는 영향을 축소하는 방식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보험사가 전진법을 적용하면 각 사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최소 수백억 원에서 최대 수천억 원까지 줄어들 수 있다. 일부 보험사는 IFRS17 계리적 가정 변경에 따른 손실 반영액이 너무 크다며 소급 적용을 주장하는 상황이다.
금감원이 IFRS17에 대한 가이드를 정한 배경은 새회계기준 도입으로 인해 올해 보험사 실적이 지나치게 과장됐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에 IFRS17을 적용한 보험사의 당기 순이익은 5조2000여억 원에 달한다. 보험사별로 올해 1분기 순이익을 보면 삼성생명이 7068억 원, 삼성화재 6133억 원, 교보생명 5300억 원, 한화생명 4225억 원, DB손해보험 4060억 원, 메리츠화재 4047억 원, 현대해상이 3336억 원, KB손해보험 2538억 원, NH농협생명 1146억 원, 신한라이프생명 1338억 원, 롯데손해보험 794억 원을 기록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IFRS17에서는 모든 회사들이 가정을 다르게 적용하기 때문에 과거와 비교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초기 사업비 부담이 감소에 따라 신계약 경쟁이 격화된 점도 1분기 이익에 대한 신뢰성을 저해한다”고 분석했다.
당국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은 보험상품별로 세부적인 특징을 고려해 보험계약에 따른 이익이 과대계상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골자다. 실손의료보험의 경우, 보험금 증가율 및 손해율 추정의 근간이 되는 경험통계 기간을 최소 5년으로 설정해 코로나19에 따른 왜곡을 완화했고, 보험금 증가율에 하한을 설정하고 목표손해율 수렴 기간을 15차년도까지 늘리는 등 기존보다 보수적인 가정을 적용하도록 했다.
또 무·저해지 보험과 고금리 상품은 다른 상품보다 해약률이 낮은 특성이 있는데, 해약률 가정을 다른 상품과 구분하도록 해 높은 해약률 가정에 따른 과다한 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서비스마진(CSM) 등 상각에 대해서도 일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적용해 영업의 결과가 아닌 기준 변동에 따라서 당기 중 이익이 과도하게 발생하는 상황을 방지하도록 했다.
전문가들도 당국 조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모든 보험사의 이익이 줄어드는 가운데 감소액이 크다는 이유로 소급법을 적용하면 회계 분식으로 직결될 우려가 있고, 각기 다른 회계기준으로 인해 회사간 비교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가이드라인 제시는 회계정보의 유용성과 비교가능성 확대라는 IFRS17 도입 취지와 일맥상통하며, 결과적으로는 투자자의 효용 증가로 귀결될 것”이라면서도 “보수적인 가정 적용 요구로 보험사의 CSM 및 보험이익에 대한 눈높이는 손해보험사 위주로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해당 가이드라인의 적용 결과는 2~3분기 결산 이후에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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