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경렬 기자 | 금융지주가 하반기 내부통제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라임, 옵티머스 등 펀드 불완전판매와 수백억원대 횡령 사건 등을 겪은 금융사에 대해 내부 관리 체제를 손봐야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금융당국은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는 방향으로 내부통제 시스템을 완비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금융지주는 미뤄왔던 ‘실질적인’ 내부통제에 속도를 내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3일 신한라이프 임직원 대상 최고경영자(CEO) 특강 자리에서 “내부통제 ‘책무구조도(responsibilities map)’를 조기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진 회장은 “재무적 1등보다 고객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진정한 일류”라며 “투자상품 사태 이후 뼈아픈 반성 속에서 한 단계 높은 내부 통제를 기반으로 고객과 사회로부터 인정받는 ‘일류’ 신한을 위해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내부통제 책무구조도는 지난달 22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통해 소개했다. 내부통제 책무구조도에는 금융사 임원이 직책별로 어떠한 책임을 지는지 명시된다. 책무구조도 대상은 이사, 감사, 업무집행책임자 등 지배구조법상 임원이다. 시중은행 기준 20~30명 수준이 대상이고, 사외이사는 제외된다.
제도는 금융사 임원에게 담당 업무의 내부통제 미흡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그간 금융권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담당임원과 CEO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가 애매했다. 현행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서도 금융사에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부여하고 있지만, 형식·절차적인 의무 정도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임원들 자신에게 내부통제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문제에 대해 직무를 위임한 직원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신한금융을 시작으로 책무구조도를 도입하는 금융사는 늘어갈 전망이다. 금융사별로 충분한 준비기간이 필요한 만큼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은행·금융지주는 공포 후 1년, 대형·종합금융투자회사 및 대형보험사는 공포 후 1년 6개월, 중소형 금융회사는 5년 이내 시행하면 된다.
공식석상에서 금융권 CEO들은 내부통제 강화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지난 3일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취임사를 통해 “강화된 내부통제 시스템과 명확한 프로세스를 구축하겠다”고 전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부터 지배구조공시를 통해 내부통제 문제에 따른 이사회의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제시했다. 지배구조공시에 내부통제 책임을 명시한 것은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빨랐다. 은행연합회와 금융사들이 2021년부터 합의했던 내용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