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 차주 이용 늘고 일부 대환대출 활용 영향
매일일보 = 홍석경 기자 |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인 보험사 약관대출이 사상 처음으로 50조 원을 넘어섰다. 자금융통이 절실한 취약 차주들의 이용이 늘어나고,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의 약관대출을 받아 다른 대출을 갚는 일부 우량 고객들도 많아진 영향이다.
9일 보험업계 따르면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생명보험사의 약관대출액은 51조4807억 원으로 작년보다 8.8% 증가했다. 이는 넉달 간 2조3176억 원이나 급증한 수준이다. 약관대출은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3년간 3조2593억원이 늘어나는 데 그쳤는데, 올해 들어선 이용자가 급증하는 분위기다.
보험약관대출은 보험 보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해지환급금’의 일부를 미리 인출할 수 있는 서비스다. 보험사나 상품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해지환급금의 50~95%까지 받을 수 있다. 또 대출심사와 중도상환 수수료마저 없는 데다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추가 대출 수단으로 활용하는 고객들도 많다.
보험약관대출은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고, 해지환급금을 당겨쓰는 것이기 때문에 정작 보장이 필요할 때 보험료를 내고도 제대로 된 보험금을 받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올해는 경기침체와 금리 인상 여파로 인해 자금 융통이 필요한 차주들이 약관대출로 몰리는 분위기다. 여기에 추가적인 대출이 필요한 일부 우량 고객들의 대출 수요 역시 늘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자 부담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일부 보험사의 경우 대출금리가 거의 10%에 달해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과도하다는 불만도 많았다. 다만 금융당국이 보험사에 대해 이자 부담을 줄이라고 요구하면서 최근에는 보험업계가 약관대출 금리를 하향 조정하는 추세다.
동양생명은 보험계약대출(보험약관대출) 이용 고객들의 이자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금리확정형 상품에 대한 보험계약대출의 최고금리를 기존 9.9%에서 3.95%포인트 내린 5.95%로 낮췄다. 동양생명은 최고금리 인하를 통한 혜택을 신규 고객뿐만 아니라 해당 상품을 이용하는 기존 고객에게도 적용할 예정이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고물가 및 고금리 등으로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들의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고금리를 인하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농협생명도 지난 1일부터 기존 9.5%이던 약관대출 금리 최고 한도를 내달부터 6.5%로 내렸다. 물론 약관대출 급증으로 연체율을 걱정하는 우려도 적지 않다. 작년 기준 보험사 전체 대출의 연체액은 4582억원으로 전년 2859억원 대비 77%(1993억원) 증가했다. 연체율은 전년 0.09%에서 0.16%로 높아졌다. 특히 가계대출 연체액이 급증했다. 지난해 보험사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액은 1291억원으로 전년 대비 67.9% 증가했는데 이는 저축은행을 제외한 금융권에서 가장 크게 증가한 수치다.
한편 급전이 필요해 아예 보험을 해약하는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 보험해약 건수는 지난 2019년 1145만3354건에서 작년 1165만3365건으로 20만건가량 증가했다. 이 때문에 중·하위 소득계층을 중심으로 보험계약 유지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자가 고금리 보험계약을 해지할 때 보험사들이 기존 해지 환급금에 프리미엄을 더해 지급하는 ‘보험환매요구건(보험계약 재매입제도)’을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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