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기선-김동관 설득해 연합 함대 구축 필요"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해외 방산 시장에서 전차·자주곡사포 등 국산 명품 무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관련 기업들이 우수한 무기 체계 역량을 입증하고 있다. 그러나 수주 물량이 많아짐에 따라 국내 기업 간 경쟁하는 분야도 점차 늘어나고 있어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만큼 협력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방산 기업들은 173억달러(한화 약 23조1301억원) 수준의 수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현대로템 K-2 흑표 전차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곡사포·K-239 천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FA-50 경공격기가 수출 품목을 이룬다.
미국 항공우주 전문지 '애비에에션 위크'는 2032년까지 향후 10년 간 글로벌 국방 예산이 기존 전망치 대비 2조달러(2674조원), 무기 획득 예산은 6000억달러(802조2000억원)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향후 '글로벌 방위 산업의 골드 러시 시대' 선점을 위한 주요 무기 수출국들 간 경쟁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국제 정세가 불안정해지고 있어 무기 거래량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 방산 기업들의 해외 수주 물량 중 상당분은 폴란드와 이집트 등 주변국들의 위협에 노출된 국가들이 주문했다. 그런 만큼 국내 방산 기업들이 서로 경쟁하는 분야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세계 각국 정부는 낡은 잠수함들을 도태시키고 신조 기재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와 왕립 해군은 자국의 노후화된 빅토리아급 디젤 잠수함 12척을 대체하고자 지난 5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조선소를 찾아 국내 조선사들은 기대감에 부풀어있다. 캐나다 해군 잠수함 사업은 449억달러(한화 약 60조313억원) 수준으로, 미쓰비시·가와사키중공업 등 일본 유력 조선사들도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외에도 독일·프랑스·스웨덴·스페인 조선사들도 참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 조선사들은 치열한 경쟁을 넘어서 감정 싸움까지 이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과 관련, 2014년 HD현대중공업 일부 직원들은 3급 군사 기밀에 해당하는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개념 설계 도면을 탈취·은닉했고, 문건으로 만들어 보관해왔던 사실이 적발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당국은 HD현대중공업은 보안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 1.8점 감점을 부여했고, 한화오션은 8334억원 규모의 울산급 배치-Ⅲ(Batch-3) 프로젝트 중 마지막 물량인 5·6번 호위함을 수주했다.
HD현대 측은 "감점만 없었다면 우리가 따냈을 것"이라는 입장이고, 한화오션은 "방위사업청이 5·6번함 입찰에 있어 기술 분야에 방점을 둔 만큼 역량으로 승부를 봤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내에서 소모적인 기 싸움을 하다가는 K-방산의 해외 수주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의식한 듯 HD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27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캐나다 잠수함 입찰전은 국가 대항전으로, '팀 코리아'와 같은 형태로 국가 간 경쟁 양상을 보일 것"이라며 "생산 능력 등을 이유로 정부 당국이 HD현대-한화오션 연합 체제를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화오션은 수주 가능성이 높은 업체가 주도하는 것이 국익 차원에서 유리하다며 HD현대중공업과 손잡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발루스급 잠수함을 도태시켜 2025년부터 신형 잠수함을 들여오기로 했고, 폴란드 역시 오르카 사업을 추진해 3조원 수준의 예산을 편성함으로써 3~4기의 신조 기재를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대당 수천억~수조원에 달하는 만큼 수주 성공 시에는 막대한 국부 수입이 예상된다.
이에 단일 기업이 외국 정부의 거대 프로젝트에 대응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는 만큼 정부 당국이 주도해 정기선 HD현대 사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오너 간 '연합 함대'을 이뤄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