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상품 부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피해를 주장하고 있는 연령을 나누어 보면 70대 이상 고령자 비중이 월등히 높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우리 금융시장이 많이 성숙해졌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다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어떤 노력과 변화가 필요할까.
얼마 전 판매돼 논랄은 낳고 있는 파생결합증권(DLS) 위험등급은 1등급으로 표기됐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 상품에 가입한 많은 고객은 이 등급 표시가 실제 어느 정도 위험을 나타내는지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터이다. 이런 식으로는 한계가 많다.
스스로 전문가라 평가하는 필자도 위험등급 3등급이 위험등급 4등급에 비해 도대체 어느 정도 더 위험한 것인지를 남들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기 어렵다. 이런 식의 등급표시로 제대로 된 위험정보를 고객에게 전달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이 오래전부터 느껴왔던 문제였다.
필자가 오래전부터 주장해온 위험분류 방식을 하나 소개해 보고자 한다. 소위 주사위 방식으로 명명된 이 방식은 어느 금융상품의 이론적인 기대수익률과 위험을 직관적으로 잘 파악할 수 있게 표기하고자 노력한다.
예컨대 어떤 일이 있어도 1년 후 2%의 이자를 지급해주는 정기예금의 경우 주사위의 여섯 면에 모두 2%라는 숫자로 상품을 나타낼 수 있으며, 이 경우 고객이 주사위를 어떻게 던져도 평균적인 기대수익률 2%를 벗어날 가능성이 없기에 위험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변동성, 즉 위험이 큰 주식상품의 경우 시장의 약세ㆍ강세 여부에 따라 -20%, -10%, 0%, 10%, 20%, 30% 등으로 상품을 표기하는 방식이다. 채권상품의 경우 -1%, 0%, 1%, 2%, 3%, 4%로 표기한다면 평균 기대수익률은 1.5% 수준이다.
평소 안전하다고 인식되는 채권이라도 금리가 상승하는 약세장일 경우 마이너스 수익의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준다. 금번에 문제가 된 DLS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위험등급 1등급'이라는 막막한 표기보다 '이 상품 주사위를 100번 던진다면 97번의 경우 5% 수익률이 나오겠지만 딱 한 번의 경우 전액손실, 또 약 두 번 정도의 경우 50%의 손실이 날 수 있습니다'라며 보다 구체적으로 표기됐었다면 어땠을까?
이런 문제는 또 언제 재발할지 모른다. 최근 금리의 하락과 주식시장의 불황으로 갈 곳 잃은 투자자금들이 계속 혹시나 하는 블랙스완의 위험을 잘 포장하면서도 예금보다 조금 높은 수익률로 유혹하는 상품들을 계속 기웃거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기관들은 고객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보다 이해하기 쉬운 위험의 고지방법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갈 곳 없는 부동자금들이 큰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고객들에게 금융상품의 내면을 보다 쉽게 들여다볼 수 있게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금융인들의 사명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