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D-BOE 기술 분쟁 치열…美 NPE發 IP 소송 진행도 다수
게임업계도 ‘뒤숭숭’…3N 모두 저작권 소송 장기화 양상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국내 산업계가 기술 유출과 저작권 침해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공지능(AI) 등을 위시한 초격차 기술이 떠오르면서 지적재산권(IP)의 중요도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은 핵심 기술 특허와 저작권을 지키기 위해 소송전도 불사하는 모양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첨단산업부터 게임·웹툰 등 ‘K-콘텐츠’에 이르기까지 IP를 사수하기 위한 분쟁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상황에 자사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법적 다툼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배터리 등 국가 핵심 산업의 경우 글로벌 특허 소송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특허괴물로 불리는 NPE로부터 미국에서만 매년 100건 안팎의 특허 소송 공격을 받으며 고전하고 있다. NPE(특허 관리 전문 사업자·Non-Practicing Entity)는 보유 특허권으로 직접 제조·판매 등 생산 활동을 하지 않고 특허권 행사(라이선스·손해배상 소송)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법원에 해외기업이 우리기업을 상대로 한 특허소송 중 84.6%가 NPE에 의한 소송으로 집계됐다.
또한 삼성디스플레이와 BOE 간 특허 분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중국 기업들의 IP 침해에 대한 대응 마련도 분주해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국의 디스플레이 업체 BOE를 상대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특허 침해 등 총 5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7월 BOE를 상대로 중국 충칭 법원에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의 이번 소송은 BOE가 제기한 중국 소송의 맞대응인 것으로 알려졌다. BOE는 지난 5월 미국과 중국에서 각각 특허 무효 소송과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넥슨과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주요 게임 3사도 IP 분쟁을 겪고 있다. 게임업계의 경우 기업 고유 IP를 훔쳐 가거나 베끼는 등 저작권법 위반 여부가 골자다.
넥슨은 아이언메이스가 개발한 ‘다크앤다커’가 자사의 미출시 프로젝트인 ‘P3’ 데이터를 무단 반출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크래프톤이 지난달 아이언메이스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다크앤다커 모바일 판권을 독점 확보하면서 양사의 분쟁에 크래프톤이 참전한 모양새다. 크래프톤은 오는 11월 열리는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G-STAR)에서 ‘다크앤다커’와 유사한 모바일 게임 출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크래프톤과 넥슨 간 갈등도 예측되고 있다.
엔씨소프트도 웹젠·카카오게임즈 등과 각각 IP 저작권을 두고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엔씨는 일부 게임들이 자사 작품을 모방했다며 웹젠과 카카오게임즈, 엑스엘게임즈 등을 대상으로 소송을 냈다. 엔씨소프트는 웹젠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R2M’이 자사 모바일 게임 ‘리니지M’을 다수 모방했다며 2021년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웹젠이 ‘R2M’ 제작 및 서비스 과정에서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해 부당하게 이득을 취했다"며 "엔씨가 요구한 배상액 10억원을 웹젠이 지급하고 R2M의 서비스를 정지하라"고 판결했고, 현재는 양측 모두 항소하면서 2심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넷마블은 국내 게임사인 마상소프트와 갈등을 빚고 있다. 마상소프트는 넷마블이 2014년 출시한 '세븐나이츠'가 'DK 온라인'의 게임엔진을 활용해 개발됐다고 주장하며 2021년 민사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두 게임 장르 및 전투 방식 등 핵심 구성 요소가 다르다”고 판단해 넷마블의 손을 들어줬고, 마상소프트는 이에 불복해 지난달 초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현재 이뤄지고 있는 소송들을 관망하기보단 IP 분쟁 예방·대응, 영업비밀 유출 예방 및 보호 전략 수립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함께 기존 IP 사수에만 집중하기보단 새로운 IP 발굴과 특허 확대에도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동욱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은 지난 19일 열린 ‘2023 디스플레이 해외특허 및 기술보호세미나’에서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핵심 기술이 탈취되거나 유출돼 소송을 겪는 경우 결국 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며 “특허 보호에 대한 조직적 대응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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