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포스코 등 多종목 증거금률 100%로 상향
반대매매 규모 급증… 증권사들 리스크 관리 집중
매일일보 = 이채원 기자 | 영풍제지 하한가로 인한 키움증권의 대규모 미수금 사태에 증권사들이 줄줄이 ‘빚투’(빚내서 투자) 문턱을 높이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KB증권은 에코프로비엠, 레이크머티리얼즈, 엘앤에프, 레이크머티리얼즈, 코스모신소재 등 85개 종목의 위탁증거금률을 기존 30~40%에서 100%로 올렸다.
삼성증권 역시 포스코홀딩스, LS네트웍스, 한미반도체,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18개 종목의 증거금률을 100%로 설정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홀딩스, 한미반도체 등 19개 종목의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했고 한국투자증권은 23일부터 JW중외제약 등 8개 종목의 신용대출을 막았다.
증권사 미수거래는 투자자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2영업일 뒤에 대금을 갚는 구조다. 증거금률은 주식 거래대금 중 증권사에 먼저 내는 위탁보증금의 비율을 말한다. 증권사는 통상 우량주에 증거금률 30~40%를 적용하는데 증거금률을 100%로 설정하면 투자자는 해당 종목을 오로지 현금으로만 매수할 수 있다.
증거금률은 증권사 내부 기준에 따라 결정한다. 금융당국도 증권사에서 상환 기간을 넘긴 미수금을 회수하기 위해 반대매매 조치에 나서도 매도가 이뤄지지 못하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은 키움증권에서 주가조작 사건에 휘말린 영풍제지 주식에 약 5000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했다고 공시하면서 리스크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하한가로 인해 고객 위탁계좌에서 미수금이 약 4934억원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키움증권이 다른 증권사보다 영풍제지의 증거금률을 낮게 유지한 것이 사태를 키웠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주요 대형 증권사들은 올해 초부터 지난 7월까지 영풍제지의 증거금을 100%로 상향 설정했다. 반면 키움증권은 영풍제지의 증거금률을 40%로 유지하다가 하한가 사태가 터진 이후인 지난 19일에서야 100%로 조정했다.
영풍제지는 시세조종 의혹을 받아온 종목으로 올해 들어 700% 넘게 급등한 뒤 지난 18일 하한가를 기록했다. 금융감독원과 검찰은 영풍제지 주가조작 혐의를 받는 일당을 조사·수사 중이다.
최근 국내외 증시가 하락하면서 반대매매 규모가 급증한 점도 증권사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은 1조320억원으로 2007년 4월19일(1조575억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금액도 5533억원(53.9%)에 달했다.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3거래일 간 반대매매 규모는 1조6287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향후 증권사들은 리스크 축소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가치 대비 주가가 급등하는 종목에 대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증거금률을 인상하는데 최근 영풍제지 이슈가 또 나오면서 증권사들이 더 리스크 축소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우도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의 미수금 관련 최대 손실액은 3550억원 수준”이라며 “미수금 증가로 업계 전체가 신용 관련 리스크 축소에 집중하고 있고 이번 사태에 따른 투자심리 악화로 증권사의 신용융자잔고는 줄어들 전망으로 키움증권은 물론 증권업 전체적으로 브로커리지 관련 이자 손익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