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기술 탈취 의혹 일파만파…국감으로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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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 기술 탈취 의혹 일파만파…국감으로 번졌다
  • 이태민 기자
  • 승인 2023.10.2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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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대기업 간 공방 지속…네카오, 기술 탈취 의혹 불거져
LG유플러스-왓챠도 M&A 과정서 설전…“탈취 어려운 구조” 부인
법체계 보완 등 대책 마련 시급…대기업-중기 '공멸' 키우는 구조
홍은택·최수연 대표, 정무위·산자위 국감 각각 출석…논란 해명 전망
왼쪽부터 최수연 네이버 대표, 홍은택 카카오 대표. 사진=네이버·카카오 제공
왼쪽부터 최수연 네이버 대표, 홍은택 카카오 대표. 사진=네이버·카카오 제공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국내 IT·플랫폼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의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도용·탈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업계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스타트업들이 잇따라 피해를 호소하며 생태계 교란 우려를 내비치는 가운데 ‘용의자’로 지목된 기업들은 해당 사실을 전면 부인하면서 설전이 오가고 있다.

26일 IT업계에 따르면 최근 플랫폼 ‘빅2’로 꼽히는 네이버·카카오가 스타트업의 아이디어와 기술 등을 베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네이버는 쇼핑 서비스 ‘원쁠딜’이 스타트업 플랫폼 ‘뉴려’의 ‘원플원’을 모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네이버는 2021년 12월 ‘원쁠딜’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해당 서비스가 자신들이 3개월 전 출시한 쇼핑몰 ‘원플원’과 서비스명 및 운영 방식 등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김려흔 뉴려 대표는 지난 16일 정무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두 서비스를 보면 10개 중 9개 이상이 유사한데도 네이버는 본질적으로 다른 서비스라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상품을 1+1으로 판매하는 방식은 e커머스 업계에 보편화돼 독점할 수 없으며, 원플원 서비스를 참고하거나 기술 등을 도용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화물 플랫폼 ‘티(T)트럭커’도 화물 운송 중개 스타트업 ‘화물맨’의 기술을 탈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화물맨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 2021년 자사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빼앗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는 “빠른 정산과 맞춤형 오더는 국내 물류 플랫폼에서 이미 도입하고 있는 기능”이라며 “화물맨이 당시 사업 실사 대상 범위를 직접 정했으며,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파악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카카오헬스케어는 혈당 관리 서비스가 헬스케어 스타트업 ‘닥터다이어리’의 아이디어를 베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스타트업은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카카오브레인과 사업 협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자사의 사업 비밀을 제공했는데, 혈당 관리 서비스가 자사의 것과 유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카카오헬스케어는 기술 기반이 다르며, 2개 계열사가 닥터다이어리로부터 받은 자료가 없다고 반박했다.

통신업계에선 LG유플러스가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 기업인 왓챠의 핵심 기술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왓챠는 지난해 LG유플러스가 M&A 협상 과정에서 동영상 추천 기술·서비스 설계 자료 등 핵심 기술이 넘어갔다고 주장하며 공정위에 해당 내용을 조사해 달라는 내용을 요청했다. LG유플러스는 “왓챠와 공유한 내용들은 경영권 협상 중 논의될 수 있는 통상적 수준”이라며 “현실적으로 노하우 탈취가 어려운 구조”라고 전면 부인했다.

이처럼 업계 곳곳에서 아이디어 도용 및 기술 탈취 의혹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중소기업 기술보호 지원방안’도 실효성 한계에 부딪치면서 법·체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법안은 기술침해 행위 예방과 분쟁·회복 단계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며, 지난 6월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발표됐다. 하지만 중소기업 측에서 요구해 온 ‘증거개시 제도’가 도입되지 않아 기술 탈취 의혹을 소명 과정이 중소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업계 한 스타트업 대표는 “핵심 증거는 가해 기업이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현재 법체계에선 기술개발 도용·탈취 사실을 피해 기업이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법적 소송의 경우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 최소 3년이 걸리는데, 그 사이 막대한 소송 비용으로 빚더미에 내몰리는 스타트업이 대부분”이라고 하소연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디어를 훔쳤다고 의심받는 기업의 입장에서도 해당 사안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단순 의혹만으로도 기업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고,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제품 흥행 실패 및 이용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나란히 국회 국정감사 증인대에 설 전망이다. 최 대표는 26일 정무위원회(정무위)의 공정거래위원회 종합감사에,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오는 27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증인으로 각각 출석할 예정이다. 두 수장은 이 자리에서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기술 탈취 의혹에 대해 소명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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