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서 배운다” 다크투어리즘 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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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서 배운다” 다크투어리즘 철원
  • 유원상 기자
  • 승인 2014.01.10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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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유원상 기자] 겨울 여행 마니아들을 설레게 하는 겨울이 왔다. 전문 여행가가 아니라도 이 겨울에 호젓하고 때 묻지 않은 이색풍물을 찾아 한 번쯤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떠나보면 어떨까.

 
■민족의 아픔과 대치의 현장체험

철원8경 중 하나인 고석정‘무장을 하지 않는 지역’이라는 뜻의 비무장지대(DMZ)라는 말과는 달리 그곳에서는 삼엄한 경비와 검문이 이어지고 있었다.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했다. 오로지 군인과 민간인으로만 구분됐고 모든 움직임은 철저히 통제되고 있었다. 강원도 철원의 첫 느낌이었다. 통제되지 않고 자유로움을 느끼는 존재는 오로지 두루미, 독수리 등의 철새와 고라니, 멧돼지 등의 야생동물 뿐이었다.‘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이라는 용어가 있다. 전쟁이나 학살 등 비극적 역사현장이나 재난과 재해 현장을 방문해 교훈을 얻는 여행을 말한다. 그런 면에서 강원도 철원은 다크투어리즘의 대표적인 방문지라고 할 만하다.전쟁이전 북한에 속해 있던 철원에는 수천명의 여공들이 일하는 국내 최대규모의 잠사공장(누에에서 실을 뽑는 공장)과 수많은 의료진이 근무하는 종합병원, 금강산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철도가 건설돼 있을 만큼 서울에 못지않는 번화한 도시였다. 그러나 전쟁 이후 철원은 폐허로 변했고 아직까지 당시의 화려함과 활기를 찾을 수 없는 곳이 됐다.당시에 웅장했던 건물들은 모조리 무너졌거나 일부 건물골격만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남아 있는 건물도 곳곳에 폭격과 총탄의 흔적을 그대로 품고 있다.

 
■영화롭던 도시 철원의 흔적을 찾아

노동당사철원에는 남한에 남아 있는 유일한 북한건축물이 위치해 있다. 바로 ‘노동당사’다. 지금은 붕괴를 우려해 철골구조물에 의지해 버티고 있지만 1946년 당시에는 러시아식 최신 건물이었다. 맞은 편에 위치해 있었던 일제의 신사보다 높아야 한다는 ‘자존심’으로 당시에는 보기 힘든 단을 쌓아 계단을 만들어 건물의 높이를 올렸다고 한다.노동당사는 북한이 주민들의 성금과 노동력을 동원해 만들었지만 당시 철원 사람들에게는 공포의 건물이었다. 이곳에서는 반공인사 학살, 양민집단학살이 자행된 악명높은 공간이기도 하다. 노동당사는 1987년부터 일반인들에게 공개되기 시작했고 지난 2001년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1시간에 대량침투 제2땅굴

1975년 3월19일 중부전선 군사분계선 남방 900m 지점인 철원 북방 13㎞ 지점에서 제2땅굴이 발견됐다. 제1땅굴이 발견된 지 4개월 만이었다. 땅굴이 발견된 곳은 ‘백마고지’ ‘피의 능선’ ‘김일성고지’ 등 한국전쟁 격전지가 인접한 전략지역이었다. 발견된 땅굴은 제 1땅굴의 약 5배에 달하는 크기다. 전체 길이 3.5㎞로서 군사분계선 남방 1.1㎞ 지점까지 굴착되어 있다. 땅굴이 마무리 됐다면 유사시 한시간이면 3만명의 무장병력이 이동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다.땅굴을 걸어볼 수 있는 구간은 500여미터지만 허리를 굽혀야 머리를 부딪히지 않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3만명이 1시간 내에 침투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 의문은 북한군의 평균키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북한 남성은 17살이면 입대해 10년간 복무한다. 영양상태가 좋지 않던 당시 군인들의 평균키는 약 156cm에 불과했다. 특히 17세 정도의 북한남성의 평균키는 147cm정도로 우리나라 초등학생 5학년 수준의 체격밖에 되지 않았다. 왜소한 체격이기 때문에 다소 낮은 높이의 땅굴을 통과하는데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철원평화전망대제2땅굴 인근에는 2007년 8월 준공된 철원평화전망대가 위치해 있어 비무장지대를 비롯해 궁예왕의 태봉국 성터, 평강고원, 북한 선전마을을 조망할 수 있다. 모노레일을 이용해 올라갈 수 있다. 과거 필승전망대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나 남북화해무드가 조성됐을 당시 새롭게 준공하면서 명칭이 평화전망대로 바꼈다고 한다. 지금처럼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이었다면 평화전망대는 여전히 필승전망대로 불리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철새들의 안식처 철원

철원평야에서 겨울을 나는 단정학가족철원은 겨울 철새들의 안식처다. 특히 재두루미와 단정학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철원에 있는 산 가운데 학과 관련된 산이 8곳이 나 된다. 어쨋든 철원에는 이들 학 이외에도 독수리, 가창오리, 청둥오리, 기러기 등이 10월부터 몰려들어 3월까지 겨울을 난다. 민통선 입구 검문소를 지나 남방한계선 앞까지 이어지는 도로 양쪽에 펼쳐진 평야에서도 다양한 철새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잠시 차를 세워 동물을 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방문을 위해 이곳을 지나는 차량들은 절대 ‘정차’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차량들은 쉼없이 약속된 목적지까지 달려야 한다.새를 보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면 양지리에 있는 토교 저수지를 찾는 것이 좋다. 이 지역은 과거 민간인 통제구역이었으나 최근에 민통선에서 해제된 곳이다. 그러나 토교저수지에서 새를 보려면 역시 군인들에게 신분을 확인받아야 한다. 새들의 군무를 보겠다면 새벽시간대를 이용하면 된다.

 
■철원 여행

월정리역
심리적으로 멀어만 보이는 철원, 그러나 철원은 물리적 거리로 본다면 서울에서 불과 1시간 30분이면 닿는 곳이다. (동서울 터미널 2시간30분) 의정부에서 43번국도를 타고 포천을 거쳐 신철원에 닿을 수 있다.

철원 안보관광은 고석정에서 출발하는 고석정출발안보투어(고석정 - 제2땅굴 - 철원평화전망대 - 철원두루미관·월정리역 - 노동당사), 백마고지역 출발 투어(백마역 - 대마리초소 - 제2땅굴- 평화전망대 - 월정역 - 노동당사 -백마역), 승리전망대 투어(승리전망대 매표소 - 승리전망대 - 마현리 승리전망대 매표소) 등이 가능하다.견학당일 신분증을 지참한 후 출발 장소로 간 뒤 신청서를 작성하고 출입증 교부를 받은 뒤 인솔자의 인솔하에 동시 출발하게 된다.매주 화요일, 어린이날과 명절은 휴관한다. 안보관광 요금은 개인 4000원(성인기준)이며 승리전망대는 2000원이다. 자세한 내용은 철원군청 관광문화과(033-450-5600), 철의삼각전적지관광사업소(033-450-5558), DMZ관광 (02-706-4851) 등 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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