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하고 노동권 보장”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재계와 노동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을 두고 재계와 정부, 노동계와 야당의 의견 대립이 분분하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먼저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조건에 실질적 지배력 또는 영향력이 있는 자’로 확대해 도급 사용자 업주까지 포함시켰다. 노동쟁의 개념의 경우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분쟁에서 ‘근로조건에 관한 분쟁’으로 확대했다. 마지막으로, 노동조합의 행위로 기업이 손해를 보더라도 손해배상액 상한을 조합원 수나 재정 규모 등을 고려해 설정하도록 했다.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한다는 취지다.
재계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비롯한 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한국경제인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6개 경제단체는 지난 13일 공동성명을 통해 기업들이 정상적으로 사업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6개 경제단체를 대표해 발언한 손경식 경총 회장은 “그간 경제계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노사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파탄에 이르고 기업들이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없다고 수차례 호소했지만 야당이 정략적 판단으로 개악안을 통과시킨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개정안은 원청 업체의 무분별한 쟁의행위를 정당화하고 불법행위를 한 노조를 과도하게 보호하는 악법이다. 가장 큰 피해는 중소·영세업체 근로자들과 미래 세대에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계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하청 기업에 소속된 노동자도 원청 기업을 상대로 단체교섭과 쟁의행위가 가능해져 산업현장에서 노사분규가 끊이지 않고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나아가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원청업체에 대한 교섭요구를 남발한다면 회사 경영에 차질이 있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조합원이 끼친 손해의 정도를 각각 입증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만큼, 피해자인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봉쇄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노동쟁의 범위 역시 구조조정 등 기업의 경영적인 판단까지 간섭했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도 강력한 반대 의지를 내비쳤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21일 성명서를 통해 “건설업계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급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 금리인상 등으로 이중 삼중의 난관에 봉착해 있다”며 “건설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노동쟁의 개념 확대와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을 내용으로 하는 노동조합법까지 시행된다면 건설업 영위는 거의 불가능한 지경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회는 최근 건설노조의 불법행위가 근절되고 있는 상황에서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이 박탈되면 건설노조 불법행위가 다시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노란봉투법 통과가 주택공급 차질과 사회기반시설 구축 지연으로 연결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상시적인 노사분규는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공사 기간 미준수 가능성이 높아져 결국 부실시공·안전사고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도 제시했다.
반면 노란봉투법을 법률 원리와 노사관계를 정상화하는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노사관계와 단체협약 위반을 둘러싼 분쟁을 원청 사용자와 하청 노동자가 교섭으로 해결해 쟁의행위는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노총은 이와 관련해 “개정된 노조법은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의 실질 사용자인 원청 사용자가 단체교섭에 응할 수 있도록 2조의 사용자 정의를 현실화하고, 3조에서 과다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취지”라고 밝힌 바 있다.
여론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이지만, 근로형태별로는 상이했다. 민주노총은 여론조사기관 서던포스트에 의뢰해 실시한 ‘노란봉투법 개정 관련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개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은 결과 ‘필요했다’는 69.4%, ‘필요하지 않았다’는 22.1%를 기록했다. 국민 10명 중 7명 가량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근로 형태별로 보면 노란봉투법 필요성을 긍정한 응답은 ‘임시직(77.7%)’과 ‘파견용역·사내하청(76.3%)’에서 높게 나타났다. 반면 ‘무직(64.8%)’과 ‘일용직(68.6%)’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재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은 노사관계를 악화시키고, 나아가 산업현장까지 마비시킬 우려가 있다”며 “현재 복합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게 짐을 지워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