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월 노사분규 건수 지난해 총합 넘겨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민간 사업장의 노사가 얼마나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지 보여주는 노사분규 건수가 2010년 이후 연간 통계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노사 간 상생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신호로 분석된다.
22일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한국은 ‘노사 간 협력’ 부문 순위가 조사국 중 하위 10% 미만 수준이었다. 지난 조사 결과를 봐도, 한국은 2010년 138위(조사대상국 139개국), 2015년 132위(140개국), 2019년 130위(141개국)에 머물렀다. 노사 간 협력이 오랜 시간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사분규 건수도 급증해 노사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노사분규만 180건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수치 132건을 넘어섰다. 노사분규는 하루 근로시간에 해당하는 ‘8시간’ 이상 작업이 중단된 경우를 의미한다. 노사분규 건수는 노조와 사용자(사용자단체)간 근로조건의 결정 이견으로 노조가 작업 거부 등을 돌입할 때 반영된다.
여기에 최근 뜨거운 감자가 된 일명 노란봉투법도 부채질을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개정안을 계기로 노사 간 대결 구도가 더 악화할 것이며, 이는 곧 국가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기준 근로시간당 국내총생산(GDP)을 뜻하는 노동생산성은 작년 기준 한국이 43.1달러로 독일(68.5달러)·일본(48.1달러)보다 뒤처졌다. 다만 노사분규만의 문제는 아니다. 산업 구조 개편 등의 문제도 시급하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최근 한국 경제 보고서를 통해 “산업 구조 개편, 고부가 가치 산업으로의 전환, 산업 혁신 기반을 구축해 생산성을 높이지 못하면 한국 경제는 저성장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고 경고했다.
재계는 노사분규의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 직후 성명서를 통해 “국내 중소협력업체 도산으로 이어져 국내 산업 공동화 현상이 현실화되고, 결국 중소기업 종사 근로자의 일자리 상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조가 불법집회를 강행해도 기업은 이를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사라진다”며 “불법파업과 무리한 노사분규 확산으로 국내 경제도 깊이 멍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동계의 입장도 명확하다. 한국노총은 노란봉투법의 정당성에 대해 올해 6월 대법원이 ‘개별 조합원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 책임범위가 헌법상 노동자에게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결한 점을 들었다. 이들은 “국제노동기준에도 부합하며, 입법부와 사법부의 뜻이기도 한 노조법 2, 3조 개정을 받아들이라”고 촉구했다.
중소제조기업을 운영하는 한 대표는 “요즘처럼 복합경제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회사와 노동자 간 불화가 발생하면 그렇지 않아도 힘든 회사 경영이 더욱 힘들어진다”며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산업 현장은 노사분규로 인해 제대로 동작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