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대하는 정부·여당 태도, 말 따로 행동 따로···성과 없어"
"대선서 2030 남성 외면, 이준석 갈라치기 주효···민주당은 달라야"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늘 그랬듯 '청년'을 외친다. '청년의, 청년에 의한, 청년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호소하지만, 정작 청년세대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제대로 짚어내지 못했다. 최민석(26)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6월 청년 대변인 선발오디션을 통해 중앙정치에 입문한 '새내기'지만 누구보다 확고한 '청년 철학'을 갖고 있었다. 본지는 최 대변인을 만나 그가 생각하는 올바른 청년 정책 방향성에 관해 물어보았다.
최 대변인은 23일 <매일일보> 인터뷰에서 정치권이 청년세대에게 거대한 담론을 얘기하기보다는 '생활 밀착형'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태어나보니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지금 청년세대는 매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왔다"며 "이들은 이념이나 시대정신과 같은 가치에 동조하기보다는 당장의 생존에 더 목말라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년 세대는 정치권이 '나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 정책을 내주길 원하고 있다"며 "'내 삶을 정치가, 국가가 지켜주고 있구나'라는 안정감을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년을 대하는 정부·여당의 태도에 대해선 "말 따로, 행동 따로"라고 비판했다. 최 대변인은 정부가 '청년내일채움공제'와 '국민취업지원제도'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을 언급하며 "정부·여당이 지금껏 청년에게 달콤한 얘기는 많이 했지만, 그에 걸맞은 성과는 없다"고 지적했다.
최 대변인은 지난 대선에서 특히 2030 남성들이 민주당을 외면한 가장 큰 이유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갈라치기' 전략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이 같은 혐오 정치를 따라 하는 것이 아닌, 연대를 통한 구조적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선을 앞두고 당내에서 계파 간 파열음이 나는 것과 관련해선 "특정 의원들이 공천 때문에 시위하는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며 "결국에는 다함께 윤석열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다수당이 되도록 힘을 합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향후 정치 행보를 묻자 최 대변인은 "어떤 사안에 대해서든 소신을 가지고 흔들림 없이 생각을 말할 수 있기 전까지 선출직은 생각도 못 한다"며 "지금은 당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유능한 참모가 되는 게 목표"라고 몸을 낮췄다.
끝으로 "지금 우리 사회는 혐오와 차별이 만연해 있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서로가 연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불쏘시개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다음은 최 대변인과의 일문일답.
-민주당 청년대변인 선발 오디션을 통해 중앙정치에 모습을 드러냈다. 참여 계기가 무엇인가.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실 인턴을 하며 패배를 함께 겪었다. 학생 신분으로 당에 기여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찾다가 서울시당 대학생위원회에 들어갔고, 운 좋게 수석대변인에 임명됐다. 직책을 맡아 일하던 중 당에서 청년 대변인 선발 오디션을 개최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중앙당 대변인을 뽑는 자리여서 ‘설마 내가 되겠어’하고 지원했는데 운 좋게 된 것 같다.
-대변인직을 맡은 지 5개월 정도 지났다. 그동안의 소회는 어떤가.
5개월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부터 영장 기각,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등. 또 윤석열 정부 들어서 이슈가 너무나도 많이 생산되고 있다. 격랑의 시기를 보내 심적으로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옆에서 선배 대변인들이 대응하는 것을 배우고 상황을 직접 마주하니 오히려 더 압축적으로 성장하는 기회가 됐다. 정말 많이 배우고 느꼈다.
-당이 청년이 실감할 수 있는 정책 마련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어떻게 평가하나.
모든 국민에 해당 되는 얘기겠지만, 당이 향후 내용을 떠나 특히 청년에 있어 더욱 생활 밀착적인 정책을 많이 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청년 세대는 태어나보니 이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사회를 마주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았고, 그러다 보니 이념이나 시대정신과 같은 가치에 동조하기보다는 당장의 생존에 더 몰두했다. 그래서 당이 청년 세대가 마주한 '생존 문제'를 가장 먼저 해결해줘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당이 제시하는 '학자금 지원법'이라든지, '3만원 청년 패스' 등의 정책은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정부·여당의 청년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이재명 대표께서 '말따행따'라는 표현을 자주 쓰신다. 윤석열 정부가 '말 따로, 행동 따로' 한다는 뜻이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정부·여당은 청년들한테 굉장히 말은 잘한다. '청년을 챙기겠다', '청년은 국정의 동반자다', '청년 덕분에 윤석열 대통령이 탄생했다' 등 말은 하는데 행동은 반대로 간다. 예를 들면 '청년내일채움공제'와 '국민취업지원제도'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이 그렇다. 이럴수록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떠난 청년의 곁을 더 잘 지켜줘야 한다.
-총선 캐스팅 보터로 청년층이 꼽힌다. 청년층 표심을 끌어올 묘책이 있다면.
2030 세대의 특징은 이념에 큰 소구력이 없다는 것이다. 6.25 전쟁이나 민주화 운동 등은 우리 역사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지만, 지금의 청년 세대는 그것을 직접 겪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다고 느낀다.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그들의 삶에 좀 더 접근한 정책을 많이 내야 한다. 거대한 담론도 분명 중요하지만 그 전에 작은 개인의 삶을 정치가 좀 돌봐줘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2030 남성의 지지를 받는 데 실패하며 정권을 내줬다. 당시 그들이 왜 민주당에 지지를 보내지 않았다고 보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갈라치기’ 전략이 굉장히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이 전 대표는 저성장 국면에서 촉발된 청년들의 '공정 담론'을 능력주의와 연결시켰다. 능력주의가 마치 하나의 공정인 것처럼 들고나온 것이다. 능력주의는 그 자체로 모순을 가지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기준을 굉장히 야박하게 만든다. 20대 남성의 반페미니즘 정서는 여기서 시작됐다. 결국 이 전 대표는 여성가족부 폐지와 같은 여성 혐오적 공약을 내걸었고 남녀 갈등을 야기했다. 이런 구도를 이 전 대표가 악용한 게 지난 대선이었다.
-당이 본격적인 '선거 준비'에 돌입했다. 공천 경쟁이 과열되면서 잡음이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정 의원들이 공천을 위해 시위하는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다만 총선을 앞두고는 조그마한 이견도 큰 갈등으로 비칠 수 있다. 당에서도 이러한 것들이 잘못된 메시지로 나가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 조직이라면 이견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공정하게 과정이 마무리되면 결국 마지막엔 다같이 윤석열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다수당이 되도록 함께 노력할 것으로 믿는다.
-정치인으로서 향후 포부나 목표가 있다면.
어떤 사안이든 소신을 가지고 흔들림 없이 생각을 말할 수 있기 전까지 선출직은 생각도 못 할 것 같다. 지금은 당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유능한 참모가 되는 게 목표다. 지금 우리 사회는 혐오와 차별 등의 문제로 아픔을 겪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 또 우리 사회의 연대를 이끌어내는 불쏘시개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