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관료·교수 출신 중용 발탁
민주 "총선만 생각하는 도주 개각"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4일 6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정부 출범 후 최대 규모의 개각을 단행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10여 개 부처 장관 등을 바꿀 계획이다. 집권 3년 차를 앞두고 내각을 재정비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와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등으로 상실한 국정 동력을 다시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만 총선 출마자 교체를 위한 '관리형' 개각에 그쳤다는 점에서 변화와 쇄신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획재정부와 중소벤처기업부, 국토교통부, 국가보훈부,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6개 부처 장관을 일제히 교체하며 국정 쇄신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연말까지 총 19개 부처 중 10곳 안팎의 장관을 물갈이할 계획이다.
이번 개각은 사실상 내년 '총선용' 성격이 강하다. 교체 대상자 모두 내년 총선 출마가 유력하다. 추경호 기재부 장관은 현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 출마를 기정사실로 하고 있고,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고양갑 등의 출마가 거론된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서울 서초을,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부산 중·영도,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충남 천안을 출마를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민식 국가보훈부장관 역시 경기 성남 분당을 출마가 점쳐진다. 이번 개각에서 빠진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출마설이 계속 나오고 있다.
후임 장관 후보자들이 정통 관료와 교수 출신이라는 점은 국정 운영 쇄신보다는 총선 출마자들의 공백을 메우고 정책의 지속성, 인사청문회 리스크를 염두에 둔 '관리' 측면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쇄신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처럼 엄중한 상황에서는 쇄신에 대한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이번 개각은 비교적 안정적이고 무난하다. 국민 감동을 주는 탕평의 묘를 발휘하는 데는 부족한 면이 있다"며 "위기 국면에서는 과감하고 파격적인 국정 쇄신 카드를 하나씩 던져야 하는데 이번에도 보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또 "관리형 개각은 대통령 지지율이 높을 때 하는 인사"라며 "지지율이 하락세고 2030 부산엑스포 개최 무산 등으로 민심이 전반적으로 침체해 있는 상황에서는 국정의 과감한 쇄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안 합의가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부처 수장들을 일제히 교체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성토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추경호 기재부 장관, 방문규 산업부 장관, 이영 중기부 장관, 이종호 과기부 장관은 지금 경제난에 가장 책임이 크다"며 "내년도 경제 위기가 심각한 경제 위기설까지 나오는데 이 사람들을 다 총선에 내보내겠다는 건가. 대통령의 관심은 총선에만 있고 국정운영과 경제, 민생에 관심이 없나"라고 질타했다.
또 박민식 보훈부 장관과 방문규 산자부 장관처럼 임명 6개월도 안 된 인사를 총선 출마를 위해 교체한다는 데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홍 원내대표는 "방 장관은 지난 9월에 임명됐다. 임명된 지 3개월도 안 됐는데 총선 내보내겠다고 그만두겠다는 건가"라며 "또 인사청문회 하라는 건 말인가 막걸리인가"라며 비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번 개각에 대해 "용산발 총선용 낙하산 투하"라며 "반성과 쇄신없는 국민 무시 찬물 개각, 변화와 소통을 거부한 불통 개각, 실정 은폐, 먹튀, 총선만 생각하는 도주 개각"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