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백현동 사건 비화… 롯데건설 고의 부도 인정 및 공정거래법 탈법 회피"
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한양이 5일 케이앤지스틸과 함께 광주광역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빛고을중앙공원개발㈜(SPC)의 무단 주주 구성원 변경에 관한 기자설명회를 진행했다.
한양 측은 "감독관청이자 공동시행자인 광주광역시의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처분 또는 행위를 하지 않음)로 공모사업 취지가 무너졌고 제2의 백현동 사건으로 변질됐다"며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로 기자설명회를 열었다"고 했다.
이날 설명회는 롯데건설이 케이앤지스틸과 SPC‧우빈산업‧롯데건설 간 명의개서금지 가처분 항고심을 위해 지난달 16일 법원에 제출한 준비 서면이 주요 근거가 됐다.
한양 측은 이 서면을 통해 롯데건설이 우빈산업의 SPC 주식 49%를 취득한 과정이 사전에 기획된 고의부도라는 사실과 지난달 13일 SPC 지분 49% 중 19.5%를 금융주관사인 허브자산운용으로 양도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한양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준비서면에서 “소송에서 만약 채무자(SPC)가 패소할 경우 이미 실행된 본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금으로 이 사건 1차 대출 약정에 따른 추가 100억원 대출금을 상환하는 데 동의하지 않겠다는 뜻을 채무자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SPC가 본 PF를 통해 충분한 자금을 확보했음에도 100억원 규모의 부도가 난 것은 롯데건설이 자금인출서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게 한양 측 주장이다.
한양 관계자는 “SPC가 지난 2021년 11월 브릿지대출보다 늦은 올해 9월 14일 별도로 100억원의 대출을 시행하고 만기가 6개월 남은 764억원의 브릿지대출은 조기 상환했지만 만기일이 주주권확인 소송 선고일인 10월 6일과 동일했던 이 100억원은 상환하지 않고 소송 선고가 13일로 연기되자 이 100억원의 만기일도 13일로 연장된 점은 100억원이 고의부도를 위한 조건부 대출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롯데건설은 근질권 실행 이유에 대해 ‘선투입 비용이 많이 필요하다’, ‘잔여금액은 용도가 구분돼 있어 사용이 불가했다’, ‘지분인수 목적으로 자금보충을 거부했다’ 등 수차례 말을 바꿨지만 법원에 제출한 문서를 통해 결국 사전에 기획된 고의부도였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양 측은 롯데건설이 발행주식의 30% 이상을 소유하면 기업집단에 포함돼 내부거래와 현금흐름·지분변경 등 주요 정보를 공시해야 하는 공정거래법상 각종 규제를 피하기 위해 보유한 SPC 지분 49%를 쪼개 19.5%는 허브자산운용에 양도하고 자신들의 SPC 지분은 29.5%로 만들어 공정거래법 적용에서 빠져나가기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양은 사업의 감독관청이자 공동시행자인 광주광역시의 태도도 지적했다. 시가 선정한 한양 컨소시엄이 아닌 롯데건설 컨소시엄이 수차례 SPC 주주를 변경하고 각종 탈법을 저지르는 등 공모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있음에도 시가 특정사업자를 비호하는 듯한 태도를 취해왔다는 주장이다.
광주시는 본 사업을 공모사업으로 추진하면서 지난 2018년 5월 ‘민간공원 특례사업 제안 요청서’를 공고하고 이를 통해 사업자를 선정했다. 제안 요청서는 사업의 개요와 제안자격, 협상대상자 선정 및 취소, 사업협약 체결 및 해지, 추진 일정, 선정된 사업자의 각종 의무 등이 포함된 사업 관련 공모지침을 뜻한다.
이 제안요청서에는 ‘컨소시엄 구성원 및 지분율은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시점부터 기부채납이 되는 부분의 사업이 완료하는 날까지 변경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한양은 본 사업을 추진하고자 한양(30%)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 4개사로 구성된 한양 컨소시엄을 설립했고 시는 한양 컨소시엄을 사업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한양 관계자는 “2022년 5월 우빈산업이 지역사인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불법적인 콜옵션을 행사해 가져갔고 올해 10월 SPC 고의부도에 이어 근질권 설정이라는 해괴한 방법으로 우빈산업의 지분 49%를 롯데건설이 가져갔다”며 “이후 지분쪼개기를 통해 허브자산운용과 나누고 한양 컨소시엄으로 출발한 본 사업이 현재는 롯데 컨소시엄의 사업으로 사업자 구성이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 큰 문제는 3차례 주주 변경 과정에서 단 한번도 광주시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SPC가 무단으로 주주를 변경했고 이는 공모사업 역사상 유례가 없는 사례라는 점”이라며 “사업자 선정 시 참여하지 않았던 롯데건설이 사업을 주도하면서 한양의 대표주간사 지위가 박탈된 것은 공모제도의 도입 취지를 완전 몰각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한양 측은 광주시는 제안요청서 제3조를 근거로 사업협약 체결 후 제안요청서가 적용되지 않아 SPC 지분 변경에 시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최근 대법원이 제안요청서 제5조와 제26조의 조항을 통해 ‘제안요청서는 사업 종료 시점까지 계속 적용돼야 한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판결한 만큼 위법하고 편파적인 조문해석이라고 한양은 반발하고 있다.
대법원은 광주시 관내에서 진행 중인 ‘송암근린공원 민간공원특례사업’의 공모지침서 효력에 대해 ‘공모지침서는 당연히 구속력을 가지며 우선협상자 선정 이후에도 적용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송암근린공원 사업은 SPC 구성원 변경을 위해 SPC가 광주시에 SPC 구성원 변경 요청 공문을 발송한 후 광주시 공원녹지과에서 구성원 변경 동의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양 관계자는 “광주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사업자 구성원간의 갈등이 법원의 판결로 정리되는 순간에 롯데건설 등이 불법적 주식 탈취로 새로운 갈등을 초래한 가운데 이 사업을 총괄 감독하고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을 중재해야 할 광주시는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고 방관하고 있어 제2 백현동 사건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케이앤지스틸은 광주시의 부작위 위법 소송을 즉각 제기할 방침이다. 동시에 광주시를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등으로 고소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