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중앙위 당헌 개정 의결에 계파 갈등 심화 우려↑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중앙위원회가 대의원의 투표 비중을 낮추고 권리당원의 투표 비중을 높이는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다. 또 내년 총선에서 하위 평가를 받은 현역의원의 감산 페널티를 강화하는 안도 통과시켰다. 따라서 친이재명(친명)계와 비이재명(비명)계의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7일 민주당 중앙위는 △평가 하위 10%에 포함된 현역의원들에 대한 경선 득표 감산 비율을 현행 20%에서 30%로 높이고 △전당대회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비중을 현행 60대 1에서 20대 1 미만으로 조정하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심의했다. 그 결과 찬성 67.55%, 반대 32.45%로 해당 당헌 개정안이 가결됐다.
이재명 대표는 투표에 앞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다. 당원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는 정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의 당의 책임"이라고 강조하며 "표의 등가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당헌 개정을 시도한다"고 대의원제 축소의 필요성을 옹호했다.
대의원제 표 비중 문제는 친명와 비명계가 계속해 갈등을 보인 사항이다. 현재 민주당 대의원은 약 1만6000여명으로 추산되는데, 120만여명에 달하는 권리당원의 1%를 약간 초과하는 숫자이다. 친명계는 표의 등가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대의원제 폐지 등을 주장했고, 비명계는 직접 민주주의 한계 극복 및 창당 주체들의 지분 보장 등을 위해 대의원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의원제가 폐지될 경우 강성 지지층을 보유한 친명계의 당내 영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비명계 의원들은 중앙위 당헌 개정안 표결 전 '부결'을 강력히 호소했다.
박용진 의원은 "시스템 공천을 약속한 민주당이 (공천 관련 당헌은) 1년 전 개정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도부 상황 논리에 맞춰 어겼다"며 "계파공천, 공천학살 얘기가 나올 때 당은 '시스템 공천'을 이야기 했는데 예측 가능성을 담보하는 시스템을 코앞에서 바꾸면 국민들이 뭐라고 하겠냐"고 친명계의 무리한 당헌 개정 시도를 비판했다.
이원욱 의원은 "영국이 명예혁명 이후 대의제를 선택한 것은 직접민주주의의 폐해가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라며 "직접민주주의가 정치권력과 결합하면 나치처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태극기 부대의 결합처럼 독재권력이 된다"고 역설했다. 또 이 의원은 홍익표 원내대표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약속을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발언한 것을 직격하며 민주당이 대의원제 폐지와 같은 '말 바꾸기'를 계속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박홍배 의원은 "민주당 창당 당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창당 주체 중 하나로 당은 이들의 지분을 보장하고 있고, 그 핵심이 대의원제"라며 "그런데 당 지도부가 개정안을 발의하며 노동자측과 합의하지 않았다. 한국노총이 공식 항의 문서까지 보냈는데 정책연대 파기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날 중앙위원회에서 당헌 개정안이 3분의 2를 넘는 찬성으로 통과됨에 따라 '공천 학살'을 우려하는 비이재명(비명)계 의원들이 '집단 행동'에 나서지 않겠냐는 예측이 나온다. 비명계 의원들이 참여한 민주당 내 의견그룹 '원칙과 상식'은 "한 달 내 당이 안 바뀌면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