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고금리·고물가로 서민들의 살림이 어려워지며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보험을 해지하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13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생명보험사의 해약·효력상실환급금은 35조668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9월 대비 5조151억원(16.4%) 증가한 수치다.
이는 지난 1분기 저축성 상품 해약환급금(11조1714억원)이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의하면 올해들어 지난 6월까지 일반계정 기준 저축성보험의 해약환급금은 12조897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9조7767억원)보다 31.9% 증가했다. 보장성보험(5조4704억원)보다 해약환급금이 두 배 이상 많았다. 저축성보험 해약환급금은 전년 대비 2분기는 3546억원 증가하고 3분기는 2조3억원 감소한 것에 비해 1분기 약 4조4858억원 증가했다.
아울러 2개월 이상 보험료를 내지 못해 효력이 상실된 계약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9월까지 효력상실로 인한 생보사 환급금은 1조212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70억원 늘었다. 올해 7~9월 평균도 매월 1000억원을 웃돌았다.
해약환급금은 보험계약의 해지나 효력 상실 등으로 보험사가 보험계약자에게 돌려주는 금액이며 효력상실환급금은 가입자가 일정 기간 보험료를 내지 않아 계약이 해지됐을 경우 보험사가 주는 돈이다. 보험을 많이 해지하는 경우에는 생보사가 돌려줘야 할 금액도 늘어난다.
보험계약 해지는 서민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이에 관해 고금리·고물가로 살림살이가 녹록치 않아 보험 해지로 이어졌다고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생명보험협회의 생명보험 성향조사 결과를 보면 소비자들은 보험계약 해지 이유로 ‘보험료 납입이 어려워서(32.8%)’, ‘목돈이 필요해서(28.9%)’ 등을 꼽았다. 한국소비자원의 설문조사도 마찬가지로, 보험계약 해지 사유로 ‘경제적 어려움(20%)’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환급금 규모 증가에 따라 보험사의 수익성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환급금 증가는 보험사의 지출이 늘어난다는 의미이므로 보험사는 수익성이 감소하고 손해율도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월별 해약·효력상실환급금은 지난 6월부터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며 안정화 추세에 접어들었다. 지난 6월 해약·효력상실환급금은 전년 동월 대비 830억원 감소했으며 7월엔 1186억원 증가, 8월엔 5065억원 감소, 9월엔 9459억원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