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최원석 기자]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골목상권 잠식을 막기 위해 시행된 ‘모범거래기준’이 정작 외국 프랜차이즈 업체들에만 유리하게 돌아가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2년 11월 시행된 ‘모범거래기준’으로 국내 프랜차이즈업체의 확장은 더뎌진 반면, 외국계 프랜차이즈업체의 확장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범거래기준은 편의점·제과·커피·치킨·피자 등 5가지 업종에서 동일 브랜드 점포의 경우 편의점 250m, 제과·커피전문점 500m, 치킨 800m, 피자 1500m 거리 내에 신규출점을 못하도록 규제하는 제도다.
이 같은 제도의 영향으로 SPC의 파리바게뜨는 지난해 매장을 37개 늘리는데 그쳤고 CJ푸드빌의 뚜레쥬르는 출점을 한 곳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동네빵집의 소상인들은 규제의 효과를 느끼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국내 대기업들이 확장을 막아 발생한 파이를 외국계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에릭케제르, 폴베이커리, 브리오슈도레 등 외국 브랜드들이 국내 영업을 시작하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지만, 정작 이들 외국 업체들은 모범거래기준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커피시장도 마찬가지다.
토종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인 카페베네는 2012년 11월 840개였던 점포수가 현재 907개로 7.9% 확장에 그쳤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투썸플레이스 역시 큰 확장을 이루지 못했다.
반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스타벅스, 커피빈 등 외국계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공격적으로 출점을 늘리고 있다. 특히 2012년 11월 480개였던 스타벅스 매장 수는 현재 580개까지 증가했다. 매장이 100개나 증가했고 점포 신장률도 20%가 넘는다.
이에 지난해 말 커피·햄버거·피자 등을 단독 점포로 운영하는 영세 자영업자 4만여명으로 구성된 시민단체 한국휴게음식점중앙회는 동반성장위원회에 커피, 피자, 햄버거 등 3개 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대기업과 외국계 프랜차이즈들의 신규출점을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반위가 이들의 손을 들어줄 경우, 국내 대기업들은 2중 규제에 시달리게 되고 외국계 프랜차이즈들을 규제할 경우 정부 간 통상마찰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이 결국 국내 기업의 생존 기반을 외국계 기업에 넘겨주는 꼴이 됐다”고 한탄했다.
이번 규제 문제에 대해 한 전문가는 “당초 규제보다 골목상권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지원책을 찾았어야 했다”며 “단순한 규제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과욕보다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