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비대위원장 놓고 계파 간 신경전도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총선을 4개월 앞두고 김기현 국민의힘 전 대표가 전격 사퇴하면서 여당의 리더십 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지만 김기현 체제처럼 '윤심'만 바라보는 '수직적 당정 관계'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당내 핵심 권력이 용산이 쥐고 있는 '공동화 현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벌써부터 비대위원장 후보군을 놓고 계파 간 신경전이 격해지는 분위기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전 대표의 갑작스런 사퇴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했다는 게 주된 평가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의욕적으로 띄운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빈손 해산' 논란에도 버티던 김 전 대표가 결국 '용산'의 압박에 굴복했다는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참 서글프다. 당 대표가 대통령의 눈치 보며 거취를 결정했다니"라며 "(당 대표) 될 때도 그러더니 5공 시대도 아닌데"라며 지적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홍 시장은 "그래도 나는 당 대표 그만둘 때 청와대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될 때도 내 힘으로 떠날 때도 당당하게"라며 "그런데 그런 당 대표가 지난 9개월간 당을 지휘했으니, 당이 저런 꼴이 될 수밖에"라며 직격했다.
김 전 대표의 사퇴를 계기로 그동안 '김기현 체제'의 태생적 한계로 지적된 '수직적 당정 관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분출하고 있다. 여기에 비대위원장을 놓고 계파 간 신경전이 커지면서 계파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대체로 친윤석열계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을 주로 언급하는 반면, 비윤석열계는 친윤 인사 '절대 불가'로 맞받아치고 있다.
비윤계이자 친이준석계인 허은아 의원은 YTN라디오에서 "대통령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며 "한 장관이 대통령과 차별화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은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정 관계의 재정립을 이끌 수 있는 비대위원장이 더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역시 친이준석계인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도봉갑 당협위원장도 "우리 당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것이지 현상유지위원회를 꾸리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 나물에 그 밥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또 다른 비상 상황을 만들 뿐이고, 선거 실패 후 또 다른 비대위가 들어설 수밖에 없다"고 반대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의 입장만 대변해서 김건희 특검이나 채상병 사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등과 관련해서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오면 수도권 선거는 어렵다"며 "2012년 박근혜 비대위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박근혜라는 정치인이 이명박 대통령을 치받을 수 있는 여당 인사였고 비대위 구성에서 20대의 이준석, 경제민주화를 외친 김종인 같은 파격적 인사들이 참여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계파 간 갈등은 지난 15일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더욱 노골적으로 나타났다. 당내 비주류인 김웅 의원은 의총에서 "여러분이 우리 당의 새로운 김주애(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를 올리려는 것"이라며 "대통령 아바타라는 한동훈을 올리면 총선을 이길 수 있나"라고 격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표면적으로는 비대위 구성과 거리를 두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한오섭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난 1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예방 뒤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에 "당이 중지를 모아야 할 일이다. 대통령실이 관여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국민의힘은 오는 18일 비대위원장 인선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의원 및 원외 당협위원장이 참석하는 연석회의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