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 조직 확대 및 현지 겨냥한 브랜드·패키지 선봬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국내 화장품업계가 일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시장은 고물가에 따른 소비 부진 장기화, 출혈 경쟁, 인구 감소 등 한계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21일 일본수입화장품협회에 따르면, 일본의 수입화장품 시장에서 한국이 처음으로 프랑스를 누르고 1위에 올랐다. 지난해 화장품(향수와 샴푸 포함) 수입액 통계에서 한국산은 775억엔으로 프랑스산(764억엔)을 제쳤다. 지난해 일본 수입화장품 시장 내 한국 화장품 비중에서도 한국은 23.4%로 프랑스(23.0%)를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 비중은 25.6%를 기록해 프랑스(22.6%)와 격차를 더 벌렸다.
프랑스 화장품업계는 샤넬, 디올, 랑콤 등 럭셔리 브랜드를 앞세워 일본의 화장품 수입액에서 30년 가까이 수위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최근 10년새 6배가량으로 수입액이 늘어난 한국산에 1위 자리를 내어주게 됐다.
일본에서는 과거 한국 화장품의 품질을 낮게 평가해왔지만, 2007년 한국산 ‘BB크림’이 인기를 끌면서 저렴한 가격과 높은 품질로 인지도를 높였다. 또 세계적인 K-팝 인기로 한류 열풍은 한국 화장품 인기의 기폭제가 됐다.
반면 내수 시장은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허리 역할을 했던 원브랜드숍은 무너졌고, 경기 불황 장기화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K-뷰티의 국내 성장은 한계에 도달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상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한국 화장품업계는 최근 세계 3대 화장품 시장으로 꼽히는 일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본격적인 공략을 위해 일본 사업 전담조직을 확대하거나 일본 소비자를 겨냥한 맞춤형 브랜드와 패키지 등을 선보이며 일본 시장 내 점유율 늘리기에 나섰다.
2006년 일본 시장에 진출한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라네즈, 에뛰드, 이니스프리, 에스트라, 헤라 등 주요 브랜드를 중심으로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다양한 채널 전략에 따라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원브랜드숍, 앳코스메, 로프트 등 현지 주요 뷰티 편집숍과 라쿠텐, 큐텐재팬 등 주요 온라인 몰에도 입점했다. 아모레퍼시픽 일본 법인의 매출은 2021년 이후 지속 성장 중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일본 사업은 올해 2분기와 3분기 모두 작년 대비 30% 이상의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은 메이크업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워 일본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지난 9월 색조 브랜드 ‘힌스’를 운영하는 비바웨이브 지분 75%를 425억원에 인수했다. 2019년 1월 론칭한 힌스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마니아층을 보유했다. 힌스 일본 인스타그램 계정은 8만3000여명 팔로워를 확보했다. 일본 현지에서 인기 있는 힌스를 기점으로 색조 포트폴리오 확대에 역량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LG생활건강은 자사의 색조 브랜드 VDL을 내년 상반기 마츠모토키요시 등 일본 드럭스토어 2000여곳을 입점하기 위해 협의 중이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은 최근 일본 사업팀을 신설했다. 또 닥터지 등 대표 브랜드의 제품력을 기반으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구사했다. 제품을 구매하기 전 매장에서 꼼꼼히 제품을 테스트해 보는 현지 소비자 특성을 고려해 일본 오프라인 판매 채널에 적합한 제품 용기를 리뉴얼해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10여년간 국내 화장품산업은 중국 시장에서 선전하며 수출 효자산업으로 급부상했지만 최근 한-중 관계 냉각, 궈차오(애국소비) 열풍에 따른 C뷰티(중국 현지 브랜드) 강세 등이 겹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며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일환으로 일본 시장을 두드렸고, 새로움, 혁신성 등에 대한 니즈가 부상하는 일본 시장에서 K-뷰티가 트렌드세터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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