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흙먼지 털고 'ESG'로 갈아입는 건설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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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흙먼지 털고 'ESG'로 갈아입는 건설업계
  • 권한일 기자
  • 승인 2024.01.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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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건설사, 일제히 ESG 전담 부서 확대 개편
친환경 노력·사회 공헌·투명 경영… 대외 인정多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주요 건설사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흙먼지 날리는 고착화된 건설 현장 이미지를 벗고 조직 혁신과 대외 이미지 변화를 꾀한다는 구상이다.

지난 2년간 주요 건설사들은 사명(社名)을 아예 바꾸거나 ESG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등 준법 경영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또 친환경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지역 사회 공헌과 협력사와의 상생을 강조하는 추세다.
SK에코플랜트의 ESG 경영 원칙과 행동규범 등이 담긴 공식 영상 도입부. 사진=SK에코플랜트 채널 캡처
SK에코플랜트의 ESG 경영 원칙과 행동규범 등이 담긴 공식 영상 도입부. 사진=SK에코플랜트 채널 캡처

◇'E'co


최근 건설업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움직임 중 하나는 친환경 사업과 탈현장 공법 개발이다. SK에코플랜트(구 SK건설)는 지난 2021년 사명을 변경한 뒤 친환경 사업을 갈수록 늘리고 있다. SK에코플랜트의 환경사업(전자·전기 폐기물 재활용·수처리 시설 운영) 매출 비중은 지난 2020년 말 8.52%에서 2023년 3분기 말 기준 14.23%로 늘었다. 동기간 친환경 에너지사업(연료전지·해상풍력·수소 등) 비중은 6.82%에서 20.84%로 급증했다. 반면 솔루션 사업(아파트·도로·플랜트 건설 등) 비중은 84.6%에서 64.9%로 줄였다. 이 회사 ESG센터에선 방성종 센터장 겸 CSO와 이성녀 ESG 추진 담당 등이 회사 중장기 환경 비전과 ESG 경영 확대를 이끌고 있다. 포스코이앤씨(구 포스코건설)도 우선 사명을 바꿔 ESG 경영 방침을 대내외에 선포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3월 정기 주총에서 친환경 미래 신성장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포스코이앤씨(POSCO Eco & Challenge)로 사명을 변경했다. 포스코이앤씨는 ESG 관련 부서를 강화하고 연구개발 실적을 잇달아 내보이고 있다. 지난 9월 '철근 대체 G-FRP 보강근 성능개선 및 PC 연구'를 통해 ESG에 부합하는 친환경 건설 신소재 적용과 탄소중립 등에 대한 연구 성과를 달성했고 '리모델링 PJT 친환경성 검증을 위한 에너지 효율 성능 및 LC-CO2 평가'에선 리모델링 전후 에너지 효율 및 CO2 배출량 분석과 친환경성 검증을 마쳤다. 아울러 ESG채권(지속가능채권)을 통해 녹색건물 인증을 받은 친환경 건축물 시공을 늘리는 한편 중소협력사에 대한 공사대금 조기 지급 재원(사회 부문)으로도 활용했다. 현대건설도 친환경·저탄소를 향한 사업 구조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2년간 신재생에너지(태양광·해상풍력·연료전지·수소에너지)와 복합개발 등을 통해 미래 유망 산업과 유관 사업 확장에 힘쓰고 있다. 중견 건설사들도 친환경 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아이에스동서는 지난 수년간 친환경·산업 폐기물 재활용 사업과 전문 기업 인수에 공을 들였고, 최근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아이에스동서의 작년 3분기 말 기준 환경사업 매출 비중은 27.2%로 2년 전(15.3%)보다 약 12% 높아졌다. 이는 최근 주택산업 불황에 따른 건설 부문 실적 부진을 상쇄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국내 풍력발전 점유율 1위 기업으로서 입지를 다지면서 친환경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국내 풍력 EPC(설계·조달·시공) 분야에서 도급 기준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이 회사는 오는 2030년까지 육상과 해상을 망라한 풍력발전과 이를 통한 수소화 등을 단계적으로 달성할 방침이다.
박현철 롯데건설 부회장(오른쪽 세 번째)을 비롯한 롯데건설 관계자와 정애리 배우가 지난달 21일 서울 남태령 전원마을에서 '사랑의 연탄·라면 나눔'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롯데건설 제공
박현철 롯데건설 부회장(오른쪽 세 번째)을 비롯한 롯데건설 관계자와 정애리 배우가 지난달 21일 서울 남태령 전원마을에서 '사랑의 연탄·라면 나눔'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롯데건설 제공

◇'S'ocial


주요 건설사들은 불황에도 적극적인 사회 공헌 활동과 상생 경영을 실천해 대외적으로 높은 평가를 끌어내고 있다.
롯데건설은 작년 12월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선정한 '2023 지역사회공헌 인정제' 심사에서 지역사회공헌 인정기업으로 선정됐다. 해당 심사는 매출액과 사회 공헌 예산, 관련 프로그램, 임직원 자원봉사 참여 인원과 시간 등 5개의 정량 지표와 ESG 3가지 영역에서 추진체계, 문제 인식, 프로그램, 네트워크, 성과 영향, 투명경영 등 총 25개 정성지표로 구성된다.  롯데건설은 '꿈과 사랑의 러브하우스'와 '사랑의 연탄·라면 나눔' 등 임직원 참여형 봉사활동으로 사회 공헌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았다. 특히 평가지표 수가 가장 많은 '중앙 공공기관·대기업군'에서 인정기업으로 꼽혀 의미를 더했다는 평가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11일 '제3회 착한 기부자 시상식'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이 회사는 국내 '사랑의 집짓기', '희망의 집 고치기'를 비롯해 리비아·모로코·나이지리아 등 해외 각국에선 600회가 넘는 백내장 캠프를 개최하고 안과 시술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도 주요 건설사들은 협력사들과 상생을 위한 화합 행사인 △동반성장데이(SK에코플랜트) △동반성장지원단 성과 교류회(포스코이앤씨) △우수 협력사 간담회(한화 건설부문) 등이 매년 열고 있다. 업계의 이 같은 노력으로 지난해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SK에코플랜트는 7년 연속, 현대엔지니어링은 6년 연속, 현대건설은 5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또 포스코이앤씨는 2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한화 건설부문은 작년에 처음으로 최우수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14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3년 CP 포럼'에서 신경철 GS건설 지속가능경영그룹장(오른쪽)이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으로부터 CP 평가 AA등급 평가증을 수령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GS건설 제공
지난달 14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3년 CP 포럼'에서 신경철 GS건설 지속가능경영그룹장(오른쪽)이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으로부터 CP 평가 AA등급 평가증을 수령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GS건설 제공

◇'G'overnance


건설업계는 최근 폐쇄적인 경영 분위기를 벗어나 준법·투명 경영을 위해 관련 부서를 신설하고 이를 총괄하는 책임자들의 직급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GS건설은 지난 2021년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ESG 위원회'로 확대 개편했다. 이곳에는 현재 이희국 위원장 겸 감사위원장을 필두로 허진수·이호영·강호인·최현숙 위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준법 경영을 비롯해 회사 내 ESG 경영 전반을 살피고 있다.  현대건설은 투명 경영위원회를 자체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내부거래 투명성 확립과 윤리경영 추진한다. 또한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준수와 공정거래 프로그램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역할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열린 현대건설 투명경영위에선 지속가능경영(ESG) 추진 계획 승인의 건에 대한 23년도 ESG KPI 수립 및 중대성 평가가 가결됐고 홍대식 투명경영 위원장이 선임됐다. 현재 그를 포함해 김재준·조혜경·정문기 등 사외 이사 4명이 활동하고 있다. 건설사들의 이 같은 내부 준법 경영 노력은 최근 공정위가 발표한 자율준수 프로그램(CP) 평가 결과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CP는 공정거래법을 준수하기 위해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제정해 운영하는 내부 준법시스템이다. ESG 경영 평가의 주요 지표 중 하나다. 공정위는 총 6개(AAA·AA·A·B·C·D) 등급으로 나눠 발표한다. A등급 이상 기업은 직권조사 면제, 공표명령 감면 등의 인센티브가 부여된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평가에선 SK에코플랜트와 포스코이앤씨가 업계 최초로 최고 등급인 AAA 등급을 받았다. GS건설과 DL그룹, HDC현대산업개발은 AA 등급에 자리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 경기 침체로 신사업인 친환경 사업을 향한 관심과 투자가 확대된 측면이 있지만 이는 자연스레 ESG 지표 달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했다. 이어 "최근 언론은 물론 SNS 보편화로 기업 수익 환원 여부와 협력사와의 상생, 경영 구조 등은 주택 브랜드는 물론 기업 이미지와도 직결되고 있다"며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지만 신년에도 ESG 경영은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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