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건설사, 일제히 ESG 전담 부서 확대 개편
친환경 노력·사회 공헌·투명 경영… 대외 인정多
친환경 노력·사회 공헌·투명 경영… 대외 인정多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주요 건설사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흙먼지 날리는 고착화된 건설 현장 이미지를 벗고 조직 혁신과 대외 이미지 변화를 꾀한다는 구상이다.
지난 2년간 주요 건설사들은 사명(社名)을 아예 바꾸거나 ESG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등 준법 경영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또 친환경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지역 사회 공헌과 협력사와의 상생을 강조하는 추세다.◇'E'co
최근 건설업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움직임 중 하나는 친환경 사업과 탈현장 공법 개발이다. SK에코플랜트(구 SK건설)는 지난 2021년 사명을 변경한 뒤 친환경 사업을 갈수록 늘리고 있다. SK에코플랜트의 환경사업(전자·전기 폐기물 재활용·수처리 시설 운영) 매출 비중은 지난 2020년 말 8.52%에서 2023년 3분기 말 기준 14.23%로 늘었다. 동기간 친환경 에너지사업(연료전지·해상풍력·수소 등) 비중은 6.82%에서 20.84%로 급증했다. 반면 솔루션 사업(아파트·도로·플랜트 건설 등) 비중은 84.6%에서 64.9%로 줄였다. 이 회사 ESG센터에선 방성종 센터장 겸 CSO와 이성녀 ESG 추진 담당 등이 회사 중장기 환경 비전과 ESG 경영 확대를 이끌고 있다. 포스코이앤씨(구 포스코건설)도 우선 사명을 바꿔 ESG 경영 방침을 대내외에 선포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3월 정기 주총에서 친환경 미래 신성장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포스코이앤씨(POSCO Eco & Challenge)로 사명을 변경했다. 포스코이앤씨는 ESG 관련 부서를 강화하고 연구개발 실적을 잇달아 내보이고 있다. 지난 9월 '철근 대체 G-FRP 보강근 성능개선 및 PC 연구'를 통해 ESG에 부합하는 친환경 건설 신소재 적용과 탄소중립 등에 대한 연구 성과를 달성했고 '리모델링 PJT 친환경성 검증을 위한 에너지 효율 성능 및 LC-CO2 평가'에선 리모델링 전후 에너지 효율 및 CO2 배출량 분석과 친환경성 검증을 마쳤다. 아울러 ESG채권(지속가능채권)을 통해 녹색건물 인증을 받은 친환경 건축물 시공을 늘리는 한편 중소협력사에 대한 공사대금 조기 지급 재원(사회 부문)으로도 활용했다. 현대건설도 친환경·저탄소를 향한 사업 구조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2년간 신재생에너지(태양광·해상풍력·연료전지·수소에너지)와 복합개발 등을 통해 미래 유망 산업과 유관 사업 확장에 힘쓰고 있다. 중견 건설사들도 친환경 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아이에스동서는 지난 수년간 친환경·산업 폐기물 재활용 사업과 전문 기업 인수에 공을 들였고, 최근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아이에스동서의 작년 3분기 말 기준 환경사업 매출 비중은 27.2%로 2년 전(15.3%)보다 약 12% 높아졌다. 이는 최근 주택산업 불황에 따른 건설 부문 실적 부진을 상쇄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국내 풍력발전 점유율 1위 기업으로서 입지를 다지면서 친환경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국내 풍력 EPC(설계·조달·시공) 분야에서 도급 기준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이 회사는 오는 2030년까지 육상과 해상을 망라한 풍력발전과 이를 통한 수소화 등을 단계적으로 달성할 방침이다.
◇'S'ocial
주요 건설사들은 불황에도 적극적인 사회 공헌 활동과 상생 경영을 실천해 대외적으로 높은 평가를 끌어내고 있다.
◇'G'overnance
건설업계는 최근 폐쇄적인 경영 분위기를 벗어나 준법·투명 경영을 위해 관련 부서를 신설하고 이를 총괄하는 책임자들의 직급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GS건설은 지난 2021년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ESG 위원회'로 확대 개편했다. 이곳에는 현재 이희국 위원장 겸 감사위원장을 필두로 허진수·이호영·강호인·최현숙 위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준법 경영을 비롯해 회사 내 ESG 경영 전반을 살피고 있다. 현대건설은 투명 경영위원회를 자체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내부거래 투명성 확립과 윤리경영 추진한다. 또한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준수와 공정거래 프로그램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역할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열린 현대건설 투명경영위에선 지속가능경영(ESG) 추진 계획 승인의 건에 대한 23년도 ESG KPI 수립 및 중대성 평가가 가결됐고 홍대식 투명경영 위원장이 선임됐다. 현재 그를 포함해 김재준·조혜경·정문기 등 사외 이사 4명이 활동하고 있다. 건설사들의 이 같은 내부 준법 경영 노력은 최근 공정위가 발표한 자율준수 프로그램(CP) 평가 결과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CP는 공정거래법을 준수하기 위해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제정해 운영하는 내부 준법시스템이다. ESG 경영 평가의 주요 지표 중 하나다. 공정위는 총 6개(AAA·AA·A·B·C·D) 등급으로 나눠 발표한다. A등급 이상 기업은 직권조사 면제, 공표명령 감면 등의 인센티브가 부여된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평가에선 SK에코플랜트와 포스코이앤씨가 업계 최초로 최고 등급인 AAA 등급을 받았다. GS건설과 DL그룹, HDC현대산업개발은 AA 등급에 자리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 경기 침체로 신사업인 친환경 사업을 향한 관심과 투자가 확대된 측면이 있지만 이는 자연스레 ESG 지표 달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했다. 이어 "최근 언론은 물론 SNS 보편화로 기업 수익 환원 여부와 협력사와의 상생, 경영 구조 등은 주택 브랜드는 물론 기업 이미지와도 직결되고 있다"며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지만 신년에도 ESG 경영은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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