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지역구마다 비명계 현역 '고전'
공천 탈락자 '이낙연 신당' 합류 주목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총선을 3개월여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지지 텃밭인 호남에서 주목할 부분은 높은 현역 '물갈이론'이다. 역대 총선에서 현역 물갈이 폭이 50% 정도로 높았던 데다 이번에는 대부분 비이재명계인 현역 의원에 친이재명계 예비 후보들이 도전하는 형국이어서 친명계의 약진이 큰 관심을 모은다. 여기에 호남 기반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이낙연 전 대표의 행보는 이 지역 총선 판세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22대 총선 광주·전남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민주당 현역 의원들의 물갈이 폭이다. 실제 광주·전남지역에선 16대 61%, 17대 66%, 18대 52%, 19대 35%, 20대 47.3% 등으로 역대 총선 때마다 현역의원 상당수가 교체됐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20대 총선 당시 국민의당 '녹색돌풍'으로 당선됐던 18명 중 15명, 83%가 바뀌며 민주당이 지역구 의석 18석을 모두 석권했지만, 21대 국회 내내 이들의 미미한 존재감 탓에 높은 현역 교체 여론이 형성된 상태다.
지난해 10월 서울경제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3차 정례조사에서 자신의 지역구 국회의원의 재선 여부에 대한 질문에 광주·전라에서는 현역 의원 재선을 지지하는 비율은 19%에 불과했다. 이는 앞선 1·2차 조사에서 각각 25.3%, 24.7%를 기록한 것에서 5%p 넘게 하락한 수치다(지난해 10월 12~13일, 전국 성인 1013명, 응답률 10.1%, 95% 신뢰 수준에서 ±3.1%p, 그 밖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는 180석에 가까운 의석을 몰아줬지만 여야 정쟁과 당내 계파 다툼에 몰두하며 지역 현안 사업과 민생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데 대한 실망감이 쌓인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대선 패배로 야당이 됐지만, 현 정부의 일방적인 국정 운영에 '야성(野性)'을 발휘하지 못했던 무기력한 모습도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12월 KBC광주방송이 리서치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광주 5개 지역구(북구갑·동남갑·동남을·서구갑·서구을) 가운데 현역 의원이 우세한 곳은 2곳에 불과했다. 우세한 지역도 오차범위 내에서 겨우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강성 친명계로 분류되는 예비 후보들의 약진은 두드러졌다.
전남 지역도 4개 지역구(목포, 고흥·보성·장흥·강진군, 해남·완도·진도, 담양·함평·영광·장성) 가운데 3곳은 현역 의원이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1곳은 현역 의원이 오차범위 밖에서 크게 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추진하는 신당 창당이 민주당 공천 결과와 맞물리며 지역 민심에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역 물갈이론이 그대로 공천 결과에 반영될 경우 현역 의원들의 '탈당 후 신당 합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소위 '공천 학살'이 일어나 호남 지역 공천이 불공정했다는 비판 여론이 형성되고 오히려 민주당에 역풍이 불면 지난 2016년 국민의당 '녹색 돌풍'이 재현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매일일보>와 통화에서 "현역 의원 상당수가 공천에서 탈락할 경우 이낙연 신당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며 "현역 물갈이가 계파의 이해관계에 따라 부당하게 이뤄진다면 호남 민심이 이재명 대표로부터 등을 돌릴 수 있다. 이 경우 이낙연 신당이 의외로 선전할 가능성이 꽤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