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조기교육은 우리나라에서 흔한 이야기다. 아직 우리말도 다 떼지 못한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어떻게든 남들보다 더 많은 지식을 배우게 하려고 애쓴다. 그러나 발도르프 교육을 창시한 세계적인 교육사상가 루돌프 슈타이너는 이러한 교육 풍조와 전혀 다른 주장을 한다.
슈타이너는 개념만 가르치는 것은 아이의 기억과 생명력을 힘들게 한다고 말한다. 오히려 예술이 아동의 지성을 깨울 수 있으며, 예술적인 수업방법은 아동의 사고, 의지, 감정을 발달시킨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그 시기의 아동은 어른과 달리 인지 활동보다는 직접 행동하고 느낌으로써 학습하기 때문이다.
『리듬의 힘, 느낌 교육』은 루돌프 슈타이너의 인간발달론을 바탕으로 창안된 발도르프 교육과 주기집중수업에 대한 입문서다. 주기집중수업은 3~4주를 하나의 주기로 해 매일 같은 아침시간 2시간에 걸쳐 한 과목을 약 한 달 동안 계속해 가르치는 발도르프 교육의 독특한 수업 방법이다.
교사는 정해진 주기 동안 같은 주제에 대해 집중할 수 있으며, 배우는 어린이의 입장에서도 같은 주제에 대해서 다른 과목으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책에는 슈타이너의 사상, 주기집중수업에 대한 설명과 함께 구체적인 실천 사례들이 수록돼 있다. 노래, 칠판 그림, 이야기 듣기 등 각종 예술적 요소들로 꾸며진 독특한 수업방법이 눈길을 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살고 있는 마을을 탐구할 때 마을이 그려진 칠판 그림을 그리고 마을 모형을 만든다. 또 직접 마을 어르신을 찾아뵙고 마을의 생업인 도루묵 잡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공책에 자신들이 체험한 것을 그림으로 그린다. 이러한 예술적인 활동은 아동의 생명력과 느낌 발달에 도움을 준다.
발도르프 교육의 목적은 인간 교육이다. 모든 수업은 인간학을 기초로 하며, 아이들의 육체와 영혼이 균형을 이루도록 한다.
책 부제에는 ‘아날로그식’이라고 돼 있지만 ‘AI시대에 저항한다’, ‘대치점에 있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AI를 비롯한 첨단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지식 암기의 필요성이 낮아지고, 기술 활용, 지식의 취사선택이 더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건강한 인격과 창조성을 배양하는 발도르프 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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