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국’ 디커플링 아닌 ‘디리스킹’ 다변화
생산 재배치·현지 전략화로 고효율 中 공략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국내 산업계가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 전략을 발전시키고 있다. 중국에서 생산 재배치 및 현지 전략화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비(非)중국 생산체계 다변화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이 ‘디리스킹’ 성격의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은 문자 그대로 중국 외 다른 국가에서 생산거점을 확대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중국을 배제하는 ‘디커플링’ 성격의 탈중국과는 완전히 다르다. 생산 및 공급망 다변화의 전략 차원에서 과도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성격이다. 중국 의존 리스크를 줄이는 ‘디리스킹’ 전략에 가깝다.
중국은 국내외 정치 변수로 리스크가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중국 당국의 규제는 극도의 불확실성을 지닌다. 지난달에는 중국 당국이 발표한 게임 규제 초안이 한 달 만에 사라지기도 했다.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는 미·중 갈등도 중국 진출에 큰 부담으로 작용된다.
그럼에도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포기할 수 없는 입장이다. 특히 중국은 소비를 진작시켜 경제 성장을 촉진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리창 중국 총리는 지난달 다보스포럼에서 “중국 시장이 전 세계 총수요를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중국 경제 전망 보고서에는 ‘소비’가 61번 언급됐다. 실제 중국은 지난해 소비가 전체 성장의 80% 이상을 차지해 1999년 이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러한 중국 소비 확대 기대감은 국내 기업들에 중국 시장을 두드리는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중국 전략은 과거와 변화되고 있다. 중국 물가가 상승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현지 공장의 ‘저임금’ 우위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을 바라보고 있다. 삼성, 현대자동차는 중국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세워 글로벌 거점으로 삼고 있다. 포스코는 전기차용 철강 수요 대응을 위해 현지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중국 기업의 기술력 향상도 국내 기업들의 중국 전략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중저가 범용 상품으로 중국 내수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라인업인 갤럭시S24에 바이두AI를 탑재하고, 기아는 현지 시장에서 EV5를 출시하는 등 ‘현지 전략화’를 펼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생산거점 다변화를 통한 중국 리스크를 낮추는 ‘플러스 원’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시장 공략 거점으로 부상하는 멕시코다. 삼성전기, LG이노텍, 포스고인터내셔널, LS일레트릭 등 국내 기업들이 멕시코 현지 생산기지 확대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