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4·10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치열한 경쟁을 지속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선거 막판 '여성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우선 김준혁 수원정 후보의 발언이 문제다. 과거 이화여자대학교 초대 총장인 김활란 여사가 여성들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비위를 저질렀다는 주장, 박정희 전 대통령 및 일본군 위안부 비하 발언이 알려지며 비판이 이어진다. 이재명 대표 역시 유세 도중 성차별 발언을 했다는 지적을 받으며 민주당 인사들의 '실언'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이화여대 총동창회는 "최근 유튜브와 언론 보도에서 공개된 김준혁 후보의 발언은 인습과 차별의 벽을 허물며 한국 사회의 공동선과 공익을 촉진해 온 이화의 역사를 폄하했을 뿐 아니라 재학생과 동창생 모두에게 극심한 모욕감을 안겨 주었다"며 "김 후보의 발언은 이 나라 여성 전체에 대한 성차별적 혐오를 담고 있다. 이는 김준혁 후보가 '성평등'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정치인으로서 자질이 없음을 입증하는 명백한 증거"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총동창회는 이어 "김 후보는 대한민국의 정치 문화를 오염시키며 대한민국의 정치를 퇴행시키고 있다. 부끄럽고 참담하다"며 "김 후보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강력히 요구하며, 후보직 사퇴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나순자 녹색정의당 선대위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김 후보는) 국민께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못한 여성비하 후보자"라며 "스스로 책임지고 사퇴하는 모습을 보이시기 바란다"고 질타했다.
앞서 김 후보는 지난 2022년 8월 유튜브 채널 '김용민TV'에 출연해 "종군 위안부를 보내는 그런 것에 큰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김활란"이라며 "미군정 시기에 이화여대 학생들을 미군 장교들에게 성 상납시켰다"고 말한 바 있다.
또 2019년 2월에도 김 후보는 같은 채널에서 "(박 전 대통령이) 일제강점기에 정신대, 종군 위안부를 상대로 섹스를 했었을 테고"라며 "가능성이 있다. 그 부분과 관련해서 명확하게 알려지진 않았을 테니까"라고 말했다. 이러한 사실이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며 이화여대측은 2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김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민주당 선대위는 김민석 종합상황실장 명의의 언론 공지를 통해 "선대위 상황실은 김 후보의 과거 유튜브 방송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해당 학교와 구성원들에게 사과할 것을 김 후보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김 후보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제가 전공한 역사를 대중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소개하면서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 방법이 적절치 않았다"며 "좀 더 쉽고 직설적이며 흥미를 이끄는 표현을 다수 사용하면서 결과적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부적절한 비유와 혐오 표현이 사용됐고 많은 분께 의도치 않은 불편을 드렸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사과에도 불구하고 비판 여론은 수습되지 않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김 후보의 발언 외에도 지난 1일 이재명 대표가 인천 동·미추홀을 지역구의 당 후보인 남영희 후보의 지지 유세를 진행하며 "여기 남성분들 조금 억울하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 살림은 역시 여성들이 잘한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대해 김민규 개혁신당 선대위 부대변인은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선거 지원 유세를 가는 차 안에서 '국가나 정부가 든든한 아버지, 포근한 어머니 같아야 하는데 지금은 의붓아버지 같다'는 발언도 했다"며 "이 대표가 평소에 갖고 있는 뒤틀린 사회관을 모르는 바 아니나 선거 기간 동안 이어진 이 대표 망언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