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막판 '친일' vs '친중' 공방···'외교 비전' 아닌 '이념 논쟁'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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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막판 '친일' vs '친중' 공방···'외교 비전' 아닌 '이념 논쟁' 전락
  • 이설아 기자
  • 승인 2024.04.08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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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층 결집 유도 위해 비방 격화
대중 반감 일으켜 '역효과' 지적도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들이 8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유치원 친일파 망발 김준혁 후보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들이 8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유치원 친일파 망발 김준혁 후보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4·10 총선 선거운동 막판 여야가 서로를 '친일'·'친중'으로 비판 중이다. 단순 외교 노선 경쟁의 차원을 넘어 '이념 선명성'을 부각시켜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과도한 상대 정당 비판으로 오히려 대중의 반감을 불러 일으켜 역효과를 낸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경기 수원정 후보에 대한 규탄대회를 진행했다. 한유총은 "근거도 없이 한유총이 1913년 설립된 경성유치원의 정신적 후예이며 정신적 친일파라고 주장해 100만 유치원 교육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김 후보의 사퇴를 요구했다.

앞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비하 논란'에 휩싸이기도 한 김준혁 후보는 지난 2022년 자신의 저서 '김준혁 교수가 들려주는 변방의 역사' 1권에서 "유치원의 뿌리는 친일의 역사에서 시작됐다. 친일파가 만든 최초의 유치원은 경성유치원이고,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보수화되어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주장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김 후보의 주장은 민주당 일부에서 국민의힘을 '친일 정당'으로 규정하는 사고관에 근거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총선에서도 민주당은 '친일 망언' 인사들이 국민의힘에서 대거 공천된 것에 대해 "친일 망언을 안 하면 여당서 정치 못하나"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3월 13일 서울 동작을 지원 유세 현장에서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내놓은 후보들 면면을 봐라. 희한한 친일 공천을 했다"면서 "국민을 무서워하면 이렇게 할 수 있나. 국민을 무시하는 이런 공천과 태도를 확실히 심판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세상에 일제 시대가 조선보다는 낫지 않냐'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킨 조수연 국민의힘 대전 서구갑 후보와 '이토 히로부미는 인재'라고 발언한 국민의힘 충남 서산·태안 후보인 성일종 의원 등을 직격한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친중 정당'이라며 심판해야 한다고 맞선다. 나경원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전날 자신의 SNS를 통해 최근 이재명 대표가 유세 도중 중국에 '셰셰(謝謝·고맙다)'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민주당은) 여전히 친중 사대주의에 갇힌 집단"이라며 "위선·혐오·범죄·반대한민국세력은 우리 정치에 있어선 안 될 최악"이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2일 충남 천안·당진 지원 유세에서 "한미일 공조를 다시 파탄 내고 친중 정책으로 돌아가고 싶나. 문재인 정부의 시대로 돌아가고 싶나"라면서 민주당을 견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여야가 서로를 비방하는 것은 외교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정부·여당은 대북 강경책을 주장하며 한미일 3국 공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중 패권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신냉전이 촉발된 상황에서 한미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실리외교'가 필요하다며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강'과의 외교를 적절하게 이어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에 대해서도 강경책은 군비 경쟁만을 촉발시키기에 한반도의 긴장 완화를 위해서 소통·유화책이 보다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이러한 외교 공방이 국민들에 대한 비전 설득이 아닌 상대 정당에 대한 비방 소재로 전락함에 따라 건설적인 논의가 불가능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최근 OBS <뉴스오늘>에 출연해 "지금 (양당이) 색깔론을 꺼내는 건 오히려 마이너스"라면서 "색깔론·이념논쟁으로 역전해보겠다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주장이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시대를 잘못 읽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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