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 동력 확보로 고물가, 중국 플랫폼 공습 등 타개
기존 사업 강점과 융복합해 인지도 제고 및 고객 확보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유통업계가 사업 다각화에 고삐를 죄고 있다.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소비·투자 시장 위축에 이어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 플랫폼의 초저가 공습 등의 영향으로 유통산업 내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유통업 경기 기대감이 점차 회복세를 보이지만, 중국 이커머스 업체(C커머스)의 초저가 박리다매 물량 공세에 유통 시장에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500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파악한 결과, 전망치는 1분기(79)보다 높은 85로 조사됐다. 세부적으로 오프라인인 백화점(97)과 대형마트(96)는 기준치(100)에 육박했다. 온라인의 경우 직전 분기(78) 보다 소폭 상승한 84다.
RBSI는 유통기업의 경기 판단과 전망을 조사해 수치화한 것으로 기업의 체감경기를 보여준다.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의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이런 가운데 C커머스 사세 확장이 점차 가팔라지면서 국내 유통기업들의 위기감도 심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응답 업체 10곳 가운데 7곳(69.4%)은 중국 온라인 플랫폼의 국내 진출 확대가 국내 유통시장이나 유통업체에 위협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 업체의 74.4%는 C커머스의 영향력 확대가 국내 유통시장간 경쟁을 가열시킬 것으로 진단했다.
이같이 대내외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으면서 유통업계에선 차세대 먹거리와 신성장 동력 찾기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새로운 수익모델을 기존 사업 강점과 융복합해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신규·충성 고객을 유치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주류유통 전문기업 신세계L&B는 뷰티 사업에 손을 벌린다. 최근 ‘와인앤모어 뷰티’ 상표권을 출원하고 연내 와인으로 만든 뷰티 상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월 올해 새로운 성장 비전으로 ‘와인앤모어’를 주류 전문 매장 브랜드에서 와인 및 주류 사업 전체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주류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패션기업 LF는 향수 카테고리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22년 니치 향수 전문숍 조보이를 론칭한 이래 온·오프라인에 걸쳐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조보이 △제로보암 △카너 바르셀로나 △윈느 뉘 노마드 △바스티유 △쟈끄 파뜨 △퍼퓸 드 엠파이어 △벤티 콰트로 △르 오케스트르 퍼퓸 △소라도라 총 10개 수입 니치 향수 브랜드를 확보했다.
H&B(헬스앤뷰티)스토어 CJ올리브영은 2022년 10월부터 일부 매장을 통해 주류를 선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 을지로 등 100여개 매장에 별도 주류 매대를 구축하고 하이볼, 와인, 위스키 등 각종 주류를 쏟아내고 있다. 주류 판매 매장을 늘리고 제품군을 지속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패션플랫폼으로 시작한 무신사는 오프라인 영토까지 서비스 범위를 넓히고 있다. 자체 브랜드(PB)인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매장을 연내 30개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총 6개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 업황이 불안한 가운데, 안정적인 실적을 창출하고자 사업 다각화를 꾀하는 기업 사례가 늘고 있다”라며 “다만, 신사업에 시선을 돌리면서도 본업 경쟁력도 지속 개선해야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