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여당이 격랑에 빠진 모습이다. 가라앉은 당 분위기를 수습할 차기 리더십이 중요해졌는데, '108석' 참패 속 살아남은 중진들이 차기 당권 후보로 거론된다.
한 위원장은 11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한 위원장은 "국민의 뜻을 준엄하게 받아들이고 저부터 깊이 반성한다"며 "선거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입장 발표 전 당 중진들에게 전화해 사퇴 의사를 미리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불과 100여일 전 집권당의 총선 국면을 이끌 수장으로 추대됐지만, 정치신인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당분간 2선으로 후퇴하게 됐다.
'부동의 원 톱'이었던 한 위원장이 물러나면서 여당은 사실상 지도력 공백 사태를 겪게 됐다. 당분간 윤재옥 원내대표가 권한대행을 맡으며 수습을 주도할 것으로 보이나,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다. 이에 여당은 조만간 의원총회를 소집해 새 지도체제를 논의할 전망이다. 이 자리에서 차기 지도부의 형태와 구성 시기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곧바로 전당대회를 열어 새로운 대표를 선출하는 방법도 있지만, 당내에선 일단 '선(先) 비대위, 후(後) 전당대회'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역대급 패배에 당 분위기가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황에서 전당대회를 치르는 것보단 안정기를 거치는 게 낫다는 뜻으로 읽힌다.
당 안팎의 관심은 비대위 체제를 거쳐 누가 차기 당권을 잡느냐에 쏠려있다. 총선 참패 책임 주체로 한 위원장 외에 용산 대통령실도 거론되는 만큼, 그동안 당 주류였던 친윤석열(친윤)계의 직후 등판은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
대신 이번 총선에서 살아남은 비윤계 중진 의원들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표적으로 격전지였던 성남 분당갑에서 접전 끝에 이광재 민주당 후보를 꺾고 4선 중진 반열에 오른 안철수 의원, 서울 한강벨트 최전방인 동작을 사수에 성공한 나경원 전 의원, 인천 동미추홀을에서 살아남아 5선 고지에 오른 윤상현 의원 등이 유력 후보로 언급된다.
친윤계에서는 패하긴 했지만 '보수 험지' 인천 계양을에서 대권 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대결을 자처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신(新) 정치 1번지'' 용산 사수에 성공한 권영세 전 통일부 장관이 후보군이다. 일각에선 좁혀진 당 스펙트럼 확장을 위해 유승민 전 의원의 등판이 필요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