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 상품 시장 규모 11.8%↑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이커머스 업계가 자체브랜드(PB) 강화에 고삐를 죄고 있다. 유례없는 고물가에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가성비를 추구하는 불황형 소비 트렌드가 이어진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박리다매식 초저가 전략을 통해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중국 플랫폼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셈법으로도 보여진다.
PB상품은 유통업체가 독자적 기획으로 제조업체에 생산을 맡기거나 직접 생산해 출시하는 자체 상품을 말한다. 유통, 마케팅 등 중간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진이 없다는 점에서 일반 제품 보다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 충성·신규 고객 확보, 매출 개선 등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어 경기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18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시장조사기관 닐슨아이큐를 통해 오프라인 소매점 약 6500곳 매출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22년 4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1년간 국내 PB 상품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1.8% 늘었다. 이는 동기간 전체 소비재 시장 성장률(1.9%) 대비 약 6배 높은 수치다.
컬리는 2022년 11월부터 PB 브랜드 ‘99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판매가 9900원에 맛과 양을 겸비한 것이 특징으로 ‘두 마리 99치킨’, ‘99 크리스피 핫도그’, ‘99 순살 닭강정’, ‘99소시지’ 등 상품군을 점진적으로 늘렸다. 컬리에 따르면, 최근 99시리즈 론칭 1년 4개월만에 판매량 90만개를 돌파했다는 설명이다. 이는 월 평균 5만7000여개, 매일 2000개씩 팔린 셈이다.
컬리 관계자는 “컬리의 이름을 걸고 출시한 브랜드인 만큼 가격은 물론, 맛도 놓치지 않기 위해 모든 과정을 직접 관리했다”면서, “앞으로도 합리적인 가격에 고퀄리티의 가성비 상품 시리즈를 계속 출시해 고객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덜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카카오스타일은 자체 운영하는 플랫폼 ‘지그재그’와 ‘포스티’를 통해 PB 브랜드를 내놓고 있다. 지그재그는 지난해 6월 첫 자체 제작 브랜드인 ‘페어데일’과 ‘레이지 두 낫띵’을 선보이고 있다. 4개월 뒤 포스티도 자체 제작 브랜드 ‘잇파인’을 출시했다. 잇파인은 4050세대 여성층을 겨냥한 브랜드로 지난해 가을·겨울 시즌 니트 컬렉션 6종을 내놓기도 했다.
카카오스타일 관계자는 “지그재그는 올해 PB 출시 계획은 없다”라며 “다만, 포스티에서 ‘잇파인’을 통해 이번 상반기 PB 상품 출시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은 고품질의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기 위해 식품, 뷰티, 패션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PB상품을 확충한다는 전략이다. 쿠팡에 따르면, 자체 브랜드 자회사 ‘씨피엘비’와 협력하는 중소 제조사가 지난해 말 기준 사상 처음으로 550곳을 넘어섰다. 곰곰·탐사·코멧·비타할로 등 브랜드를 운영하는 씨피엘비의 파트너사 10곳 가운데 9곳은 중소 제조사들이다.
인터파크쇼핑이 큐텐 그룹사 통합 PB 생산기지 역할을 맡은 뒤 첫 PB로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비바웰라’를 지난 15일 론칭했다. 그 일환으로 신개념 전립선 영양제 ‘라이코펜 쏘팔메토 옥타코사놀’(라쏘옥)을 출시했다. 인터파크쇼핑은 현재까지 14여종의 PB 상품을 보유했는데, 올 상반기 안으로 다양한 상품군에 걸쳐 10여종의 신규 PB를 쏟아낸다는 목표다.
한편, 회사 이름을 걸고 출시하는 PB 상품인 만큼, 제품력, 안전성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회사 이미지를 악화할 수 있어 지속적인 관리와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구독형 도시락에 대한 안전성을 조사한 결과, 54개 제품 가운데 4개에서 병원성 세균이 검출되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현상이 장기화되자 이커머스 업체들이 판매 채널의 역할을 넘어 자체 브랜드와 상품을 늘려 차별화를 달리하려는 이같은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