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시중은행들이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로 올해 채용 인원을 눈에 띄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신입 공개채용 규모는 지난해보다 일괄 축소됐다.
4대 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963명의 신입 공채를 실시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530여명을 뽑는데 그쳤다.
은행별로는 △KB국민 100명 △신한 100명 △하나 150명 △우리 180명 등이다. 전년 동기 신입 공채 규모는 200명을 훨씬 웃돌았지만 올해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상반기 250명을 채용했던 국민은행은 실적 호조에 힘입어 역대 최대 당기순이익을 냈으나, 이번 채용 규모는 대폭 줄였다. 모집 부문은 유니버셜 뱅커(UB), 보훈, ESG 동반성장(기초생활수급자·다문화가족 자녀·북한이탈주민·장애인) 등이다. 보훈 및 ESG 동반성장 직군을 포함하면 일반직군 모집은 100명이 채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부터 채용을 진행 중인 신한은행도 지난해 250명에서 올해 100명으로 60%(150명)가량 축소해 공고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지난해 상반기 250명에서 올해 각각 150명·180명으로 대폭 축소했다.
상황은 국책은행도 마찬가지다. IBK기업은행의 올해 채용 규모는 150명으로 전년(170명) 대비 20명 감소했다. 산업은행의 상반기 채용 규모는 78명, 수출입은행은 50명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채용 규모 감소는 실적 악화 우려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시중은행에서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ELS) 자율배상과 부동산PF 부실 등에 따른 충당금을 확보해야 해 공채 규모가 축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각 은행들은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대의 배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하면 4대 금융지주의 올 1분기 합산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4조160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였던 전년동기(4조9015억원) 대비 15.1% 줄어든 수치다.
아울러 디지털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은행들이 채용 규모를 줄이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은행들은 영업점 유지비와 직원 인건비 등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점포수 역시 꾸준히 줄이고 있다. 지난 2019년 말 4661개에 달하던 5대 은행의 영업점(지점·출장소)은 작년 말엔 3926개로 15%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