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윤상현 등 중진급 인사 하마평
'새 원내대표·전대 룰 변경' 등이 변수
매일일보 = 조현정 기자 | 국민의힘이 4‧10 총선 참패를 수습하기 위해 '관리형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당을 재건할 차기 당권 주자에 원내‧외 상관없이 수도권 출신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이번 총선 패배 원인으로 수도권 외연 확장과 영남권 중심 탈피 실패가 꼽히면서 '영남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당원 100%'로 규정된 전당대회 룰 변경과 내달 3일 선출될 새 원내대표 등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새 당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를 최대한 빨리 치르기로 했다. 전당대회는 6월 말 또는 7월 초로 예상된다. 그때까지는 당분간 비대위 체제로 당을 재정비하겠다는 계획이다.
비대위가 당 체질 개선을 위한 '혁신형'이 아닌 새 지도부가 들어서기 전까지만 '관리형'에 머무는 것이다. 이에 따라 22대 국회에서 192석의 거대 야권과의 관계 설정은 새 당 대표에 의해 이뤄질 수 밖에 없다. 그만큼 새 당 대표 후보군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현재 당 내에서는 수도권 출신 중진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전체 수도권 122석 중 19석을 얻는 데 그치면서 이번에야말로 수도권 인사 중심으로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영남당' 꼬리표를 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수도권 중진이자 비윤계(비윤석열계)로 분류되는 나경원 전 의원과 윤상현 의원 등이 당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에 대한 민심에 깊이 고민한다"며 "선거는 끝났지만 나경원의 진심은 이제 다시 시작"이라고 밝히며 빠르게 당권 도전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수도권 최다선(5선) 고지에 오른 윤 의원도 총선 참패 원인으로 '수도권 위기론'을 공개적으로 주장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윤 의원은 18일 '2024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 주제로 주최한 세미나에 수도권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후보들을 대거 초청하며 '수도권 당 대표론'에 불을 지폈다.
그는 전날 연합뉴스TV '뉴스포커스'에 출연해 "제가 작년부터 수도권 위기론을 계속 이야기하고 수도권에 맞는 전략과 메시지, 정책, 공약을 준비하라 했는데 못 했다"며 "결국 위기가 위기임을 못 느낀 게 위기다. 이게 영남권 지도부의 체질적 한계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을 호남 정당이라고 하나. 민주당은 전국 정당"이라며 "이재명 대표부터 시작해서 정청래, 고민정, 박찬대 이런 분들 전부 수도권 당 지도부다. 그런데 김기현 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는 영남권이다. 이게 근본적인 차이"라고 꼬집었다.
과거 이준석 전 대표의 경우처럼 총선에서 낙선한 원외 인사를 당 대표로 밀자는 의견도 나온다. 수도권 바닥 민심을 잘 알고, 당 내 이해 관계가 적은 원외 인사가 오히려 당 체질을 과감하게 바꿀 수 있다는 이유다. 여기에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윤희숙 전 의원 등이 언급되고 있다.
변수는 현재 '당원 100%'로 치러지는 전당대회 룰이다. 주로 영남권 쪽 인사들은 기존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원 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30%' 방식에서 '당원 투표 100%'로 룰을 바꾸고 탄생한 지도부가 영남권 '김기현 대표' 체제였고, 영남권 의원 중심의 지도부가 꾸려졌다.
반면 수도권 의원들과 당선자들은 '당심'보다는 '민심'을 반영할 수 있는 룰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당 원외조직위원장들은 전당대회 룰을 '국민 50%+당원 50%'로 바꿀 것을 당에 요청하기도 했다.
5월 3일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 결과도 또 다른 변수다. 만약 새 원내대표도 윤재옥 원내대표에 이어 영남권에서 나온다면 '수도권 당 대표'가 더욱 힘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