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일 전국위 의결…3일 이전 임명 절차 마무리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국민의힘이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대표 출신 원로인 황우여 당 상임고문을 지명, 오는 6월 전당대회를 본격 준비한다. 황 상임고문은 오는 6월 열릴 전당대회까지 약 두 달간 '관리형 비대위'를 이끌게 된다. 다만 전당대회 룰 등을 놓고 계파 갈등이 이어지는 만큼 당장 '당원 투표 100%' 개정 여부가 황 상임고문의 리더십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 총회에서 황 상임고문 인선안을 만장일치로 추인했다. 4.10 총선에서 패배한 지 19일,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사퇴한 지 18일 만이다. 이번 비대위원장은 이르면 오는 6월 열릴 전당대회까지 비대위를 이끌며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경선 규칙을 정하게 된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이 황 상임고문을 비대위원장에 지명하는 인선안을 발표할 당시 당선인들의 반대 의견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대부분 빨리 전당대회를 해 당을 혁신하고 변화를 시키자는 의견이 모아져 있는 상황이라 총회에서는 다른 의견이 없었다"고 밝혔다.
윤 권한대행은 지난 26일 황 고문에게 위원장직을 맡아달라고 요청했고, 황 고문이 이를 수락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황 상임고문을 지명한 이유에 대해서는 "5선 의원, 당대표를 지낸 분이고 덕망과 인품을 갖춘 분"이라며 "공정하게 전당대회를 관리할 수 있는 분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인 황 전 대표는 국민의힘 전신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당대표를 지낸 원로 정치인이다. 15∼19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박근혜 정부 때는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역임했다.
당내에서는 황 상임고문 지명을 두고 무난한 인사라는 평가다. 다만 비윤(비윤석열)계 수도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당 변화를 위해 전당대회 룰 개정 등 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상현 의원은 3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황 상임고문 지명과 관련해 "관리형 비대위로 간다면 이분 괜찮은 분"이라면서도 "제가 주장하는 바가 혁신형 비대위이기에 혁신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선 다른 분이 오길 바랐던 게 사실"이라고 아쉬워했다. 안철수 의원도 전날 당선인 총회 직후 취재진들에게 "무난한 인선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전당대회 룰을) 당원 100%로 가서는 당의 변화를 보여주지 못한다. 비대위가 구성되면 '당심 50%·민심 50%'까지도 검토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비윤계와 수도권 의원 등은 총선 참패를 계기로 선출 규정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당원 투표 100%로는 제대로 된 민심 반영이 어렵다는 이유다. 앞서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출범 전까지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출 시 '당원 투표 70%·국민 여론조사 30%' 룰을 유지했으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 시절 친윤(친윤석열)계 주도로 당원 투표 100%로 룰을 변경했다. 반면 당 주류인 친윤계는 룰 개정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에 따라 전당대회 룰 개정이 황 상임고문의 첫 번째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가 전대 룰을 고치려 한다면 친윤계와 영남권 의원들의 불만이 나올 수 있고, 룰 개정에 나서지 않으면 혁신을 요구했던 수도권 의원과 원외 조직위원장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선출 규정 등을 놓고 계파 간 신경전이 고조되는 만큼 내부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당 혁신은 물론 전당대회 흥행 성적까지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내달 2일 전국위원회를 개최하고 비대위 설치의 건과 비대위원장 임명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비대위원장 임명안이 의결되면 황 상임고문이 다시 상임전국위를 열어 비대위원 지명 건을 의결, 비대위 구성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후 황 상임고문은 비대위원장으로서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6월 전당대회를 준비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