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지도부 공백 사태를 겪고 있는 국민의힘이 2일 황우여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에 임명했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4·10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지 21일 만이다. 황 신임 비대위원장은 총선 참패로 실의에 빠진 당을 재정비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제12차 전국위원회를 화상으로 열고 '비대위 설치의 건'과 '황우여 비대위원장 임명안' 표결에 나섰다. ARS로 진행된 투표 결과 598인(투표율 67.95%) 중 549인의 찬성(찬성률 91.81%)으로 두 안건 모두 원안 통과됐다.
황 위원장은 오는 3일 수락연설을 한 뒤 곧바로 비대위원 인선 작업에 돌입할 전망이다. 오는 6~7월로 차기 전당대회가 예상되는 만큼 황우여 비대위는 두 달여 기간 동안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출범 전부터 전당대회 준비 및 관리 역할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관리형 비대위'의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다.
황 위원장은 '어수룩해 보여도 당수(唐手)가 8단'이란 뜻의 '어당팔'을 별명으로 갖고 있다. 그만큼 정치고수란 의미로, 정치권의 복잡한 갈등 국면을 합리적으로 해결해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민의힘은 '황우여 비대위'가 안정적 리더십을 통해 어수선한 당 분위기를 잡아주길 바라고 있다.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전국위 모두발언에서 "(황 위원장은) 당원과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신망을 받는 인품을 가졌을 뿐 아니라 많은 정치 경험과 경력으로 당과 정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공정하게 전당대회를 관리할 분으로 지금 상황에서 비대위원장을 맡아줄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이헌승 전국위 의장도 "오늘 구성하려는 비대위는 총선 참패를 수습하고 대한민국을 정상화하려는 비대위"라며 "황우여 전 대표는 민생 챙기기와 당 혁신, 차기 당 지도부 선출까지 국민의힘 정상화를 이끌 경륜을 갖춘 분"이라고 말했다.
황 위원장은 언론에 "훌륭한 지도부가 들어와 당이 정상화되도록 하는 것이 내 임무"라며 "당 쇄신과 민생 현안도 챙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